"베트남 더 이상 저비용 기지 아냐" 韓 투자, 제조·서비스 통합 허브로

  • 도 티 민 후에 교수팀, 3대 변화요인 '공급망 재편·디지털·그린' 지목

사진플로우 제작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 한국의 대베트남 투자 구조가 제조업에서 첨단·고부가 분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플로우 제작]

한국의 대(對)베트남 직접투자(FDI)가 글로벌 가치사슬(GVC) 재편과 디지털·그린 전환 흐름 속에서 구조적 변화를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베트남 내 전체 FDI의 약 18%를 차지하는 한국 자본이 제조업 중심에서 첨단·고부가 분야로 옮겨가면서 베트남 산업 구조와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도 한층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15일(현지시각) 베트남 매체 공상(산업·무역)에 따르면 국립 베트남 하노이 경제대 도 티 민 후에 교수 연구팀은 '한국의 베트남 직접투자: 동향과 전략적 비즈니스 시사점(South Korean Direct Investment in Vietnam: Trends and Strategic Business Implications)' 논문에서 이 같이 분석했다. 연구팀은 국내 규제기관과 국제기구의 2차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국 FDI의 규모·구조·전략 변화를 살펴보고 기업과 정책 차원의 시사점을 도출했다.

연구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베트남의 누적 FDI는 약 5028억 달러, 프로젝트 수로는 4만2002건에 이른다. 지난해에는 신규 등록 자본 약 384억달러가 더해져, 누적 규모가 5400억달러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가운데 한국은 핵심 투자국으로 꼽히고 산업 구조 측면에서는 가공·제조업 쏠림이 두드러진다. 한국 FDI의 약 75%가 이 분야에 몰려 있고, 전자와 섬유, 지원산업, 화학 등을 중심으로 대규모 생산·수출 클러스터가 만들어졌다. 특히 삼성과 LG 같은 대기업 프로젝트는 박닌, 타이응우옌, 하이퐁, 호찌민과 그 인근 지역을 글로벌 전자·모바일 공급망의 생산 거점으로 탈바꿈시켰다.

공간적으로도 산업과 물류 인프라가 잘 갖춰진 지역에 집중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다만 최근에는 토지 확보 가능성과 인건비, 인프라 연결성을 함께 고려해, 일부 자본이 새로운 지역으로 옮겨가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고 연구는 짚었다. 이는 위험을 분산하고 비용을 최적화하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됐다.

투자 성격 자체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전통적인 조립·섬유 산업 중심이던 한국 FDI는, 이제 고기술 전자와 반도체, 재생에너지, 데이터센터, 금융·물류 같은 기술·서비스 집약 분야로 점차 폭을 넓혀가고 있다. 연구진은 이를 두고 베트남이 단순한 저비용 생산기지에서 벗어나, 제조와 서비스가 결합된 지역 전략 거점으로 다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신호로 본다.

다만 한국 기업과 베트남 기업 사이의 깊이 있는 연계는 아직 제한적이다. 적지 않은 한국 기업들이 기술 격차, 품질 기준, 납기 역량, 재무 능력 같은 이유를 들어 기존 역내 공급망을 우선 활용하고 있고, 이런 흐름이 결국 현지화 수준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제도적인 측면에서도 공급업체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충분히 체계적이지 않다는 점이 함께 거론됐다.

이에 연구는 베트남 기업들이 단순 하청에서 벗어나, 부품과 반제품, 지원 서비스, 연구개발(R&D) 같은 가치사슬 내 역할을 보다 분명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동시에 기술 역량과 품질관리 시스템, 디지털 전환, 인적자원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역시 단순히 투자 유치 규모를 늘리는 양적 접근에서 벗어나, 고기술·고부가 프로젝트와 국내 기업 간의 연계를 우선하는 '선별적 FDI 전략'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는 점을 함께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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