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4월 1일 김중수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를 새 선장으로 맞는다.
'인플레파이터'였던 이성태 총재가 떠나고 친정부 성향인 김 총재가 취임하면서 한은이 경기 부양에 부응하는 통화정책을 취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최근 보름간 채권 등 시장성 상품의 금리는 하락세를 이어갔다.
시장 금리가 연일 하락하자 김 총재는 당황한 듯 "나에 대한 시장의 인식과 내 생각은 다르다"라는 발언을 통해 금리 하락세에 제동을 걸었다.
김 총재가 한은 총재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어용 총재'라는 시장의 불신을 씻어내야 한다. 지난 29일 '공항 발언'도 이 같은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다만 두 달 앞으로 다가온 6월 지방선거와 11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때문에 김 총재가 매파적 정책을 펼치기에는 부담이 따른다.
특히 그가 'MB'맨이라는 시장의 인식이 강하고 김 총재 스스로도 그 동안 '대통령의 뜻'과 '국제 공조'를 강조한 만큼 통화완화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김 총재가 일단 강경한 발언으로 시장금리를 통제하면서 정작 통화정책은 확장 기조로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한 채권업계 관계자는 "김 총재가 임명된 이후 금리에 대한 부담이 줄었다"며 "김 총재가 강경한 발언을 한다고 해서 통화 완화에 대한 그의 정책 기조가 흔들릴 것으로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권영준 경희대학교 교수는 "현 정부가 정권 유지 및 경제회복을 위해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을 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확장적 경제정책을 적절히 조율해 주는 것이 한은의 역할인 만큼 김 총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앞으로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은 4월 말로 예정된 2명의 금융통화위원 인선을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금통위는 매파 3명, 비둘기파 3명, 중도 1명으로 '황금 분할'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 전 총재 퇴임과 김 총재 취임으로 매파와 비둘기파의 비율이 2대 4로 무너졌다. 4월 중에 심훈·박봉흠 위원이 퇴임하면 새로 선임되는 2명의 금통위원은 모두 매파적 성향의 인물이 와야한다.
만약 나머지 금통위원 2명이 친정부 인사로 채워진다면 통화정책이 물가안정보다 경기부양 쪽으로 급격하게 쏠리게 된다.
2명의 금통위원은 은행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가 추천하게 된다.
현재 비둘파로는 김석동 농협경제연구소 대표·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임영록 전 재경부 차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매파로는 박재환 전 주택금융공사 부사장·김수명 금융결제원장·정규영 전 서울외국환중개 사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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