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통과 관리통, 기술통, 재무통 등으로 대별되는 건설 CEO는 공통점이 있다. 알찬 일감과 최고의 기술력 확보를 통한 기업가치 증대와 성장동력 마련에 한목소리를 낸다. CEO의 경영관과 철학관은 주식시장에서 주가에 그대로 반영된다.
'CEO 주가'란 경제 용어가 있다. 최고 경영자(CEO)의 경영 능력이나 이미지에 크게 좌우되는 주식 가격이나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주가는 CEO 하기 나름"이란 말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대표 사례가 애플사 CEO인 스티브 잡스다. 지난해 1월 그가 병가를 내고 경영 일선을 떠나자 같은 달 4일 주당 94.58달러이던 애플 주가는 20일 78.20달러까지 떨어졌다. 또, 6개월 후 스티브 잡스가 복귀하자 이 회사 주가는 9월 9일 171.14달러에서 같은 달 18일 185.02달러로 급등했다.
국내 대형 건설사 'CEO 주가'는 어떨까?
본보가 10대 상위건설사의 CEO 재임기간별 주가 추이와 건설업 지수 동향을 분석한 결과, 건설 CEO 가운데 기업의 시장가치를 가장 높인 수장은 허명수 GS건설 대표인 것으로 나타났다. 허 대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벼랑길에 몰린 GS건설의 수장을 맡았다. 증시는 실질적인 오너체제의 GS를 신뢰했다.
이어 윤석경 SK건설 대표가 2위, 김종인 대림산업 대표가 3위를 차지했다.이번 CEO별 주가 상승률은 재임기간 중 건설업 지수 상승률을 감안, 기업의 주가 상승률을 토대로 산정했다.
취임 직후와 현재 주가(3월 31일 기준)를 단순 비교했을 경우, 허명수 GS건설 사장이 가장 괜찮은 성적을 기록했다.
작년 1월 취임한 허 사장은 그해 5만8000원이던 주가를 현재 9만7500원으로 끌어올렸다. 상승률은 68.10%로 같은 기간 22.97% 오르는데 그쳤던 건설업종 상승률에 거의 3배 수준이다. 또, 이 기간 전체 증시 상승률인 50.70%에 비해서도 약 18%이상 웃돈다.
정연주 삼성물산 사장도 선방했다. 올 1월 취임한 정 사장은 3월 말까지 5만8400원이던 주가를 6만900원으로 올렸다. 겨우 2500원(4.28%) 오른 셈이지만 이 기간 건설업종 지수가 10.68% 하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건설업 시황이 143.63포인트까지 추락했던 작년 3월 취임한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도 업황 회복 덕을 본 사례다. 취임 당시 5만1300원이던 이 회사 주가는 6만210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이를 김 사장이 이룬 성과로 돌리는 것은 무리다. 같은 기간 업종 상승률(36.08%)이 이 회사 상승률(21.05%)보다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대우건설(서종욱 사장)ㆍ대림산업(김종인 사장)ㆍ현대산업(최동주 사장)은 CEO 취임 이후 오히려 주가가 떨어졌다.
지난 1977년 대우건설에 입사해 지난 2007년 12월 CEO에 오른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은 위기 관리 능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주가 관리엔 미흡했다. 서 사장이 취임할 당시 2만6000원이던 이 회사 주가는 현재 1만1150원으로 반토막에도 못미친다.
지난달 26일 주총에서 "건설시장 민간부문의 회복이 불확실해 실제 건설시장 규모는 최악의 경우 전년 대비 축소될 수 있다"며 침체된 업황을 문제 삼은 것도 그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의 CEO 주가는 같은 기간 업종 상승률인 -48.94%보다 처진 -55.76%를 기록했다. 물론 대우건설주의 큰 폭 하락은 금호산업의 인수와 매각을 둘러싼 악재가 주 원인으로 작용했다.
대림산업은 2006년 12월 김종인 사장 취임 이후 주가가 소폭 떨어지긴 했지만 같은 기간 업종 상승률에 비해선 양호했다. 2006년 12월 초 8만400원이던 이 회사 주가는 현재 5400원(-6.71%) 떨어진 7만5000원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이 기간 건설업종 지수는 -21.91%를 기록, 김종인 사장의 CEO 주가는 업종 평균보다 15%포인트 가량 앞섰다.
올해 1월 18일 CEO가 된 최동주 현대산업개발 사장은 취임 두달 동안 8.64%를 잃었다. 3만6450원에서 3만3300원으로 떨어진 것. 이 기간 업종 전체 평균 상승률이 -10.80%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방한 셈이지만 최동주 사장 취임 효과는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