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이코노미스트, "이건희 복귀는 韓정부의 재벌 봐주기"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0-04-04 13:14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최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복귀가 한국 정부의 재벌기업에 대한 특혜라는 해외언론의 날서린 비판이 제기됐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3일자 최신호에서 '황제의 귀환(Return of the overlord)'이라는 분석 기사와 '해결하기 어려운 재벌 문제(The chaebol conundrum)'라는 논평을 통해 이 회장의 경영 일선 복귀와 한국 정부의 '재벌'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먼저 잡지는 최근 이 회장의 복귀 원인을 한국사회에 뿌리내린 재벌기업에 대한 믿음으로 꼽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를 이겨내면서 한국인들은 재벌기업과 왕족처럼 사는 불가사의한 재벌가(家)에 대해 상당한 신뢰를 보내게 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사회의 승인도 거치지 않은 이 회장의 복귀는 서구식 기업 지배구조의 도입을 거꾸로 되돌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LG처럼 더 투명한 지주기업 구조를 받아들일 여지를 없애는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덧붙였다.  

또 이 회장의 삼성 위기론 주장에 대해 "그의 복귀는 궁극적으로 아들 재용 씨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는 것에 대한 반대세력들을 완화시키기 위한 수사(修辭)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해결하기 어려운 재벌 문제'라는 논평에서 잡지는 "최근 주식회사 한국이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닌 재벌을 부드럽게 돌봐주는 것을 이제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한국 경제가 세계무역의 붕괴에도 불구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며 "이는 정부의 대규모 부양책에 따른 내수 증가와 재벌의 수출 역량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한국의 재벌들이 새로운 경쟁에 직면했다"며 "현재의 계급적 경영구조와 왕조적 소유구조로는 이러한 경쟁에 대처하기 힘들다"고 전망했다. 특히 아이폰과 블랙베리폰을 삼성의 약점을 노출시킨 최근 사례로 들었다.

이어 이코노미스트는 '청와대 친구(A friend in the Blue House)'가 이 회장의 특별사면은 물론 경영 복귀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꼬집었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은 조세포탈로 유죄판결을 받은 이 전 회장을 특별사면해 삼성전자 회장으로 복귀하도록 했다며 재벌의 금융회사 소유를 용이하게 만들 금융지주회사법을 완화하길 원한다고 잡지는 내다봤다.

이어 이코노미스트는 "이 대통령이 누군가를 지원하고 싶다면 도울 대상은 한국의 약자들, 즉 재벌에 의해 짓눌려진 중소기업들"이라며 "재벌들은 매우 성공적인 자본가임을 스스로 입증했기 때문에 그냥 내버려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