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자립마을 현황과 대안' 토론회
주민 참여 공간 없어...녹색마을 600곳 재검토 필요
지자체 밀어붙이기땐 신재생에너지 시설 방치 우려도
해외 녹색마을 벤치마킹...발전차액지원제 도입해야
#. 전북 완주군 덕암마을. 농림수산식품부가 '농촌형 에너지자립 녹색마을'의 시범사업 지역으로 선정한 곳이다.정부는 이곳에 총 146억원의 예산을 들여 태양광, 우드펠렛보일러, 소수력 발전소 2개, 10kW 풍력발전기 2기를 건설할 계획이다. 49가구에 불과한 이 마을에 그야말로 재생가능에너지 종합전시장이라 할만큼 과도한 투자를 하는 셈이다. 덕암 마을 주민들이 1년 동안 사용하는 전력량은 157MWh이지만, 사업이 끝나면 사용량의 10배가 넘는 1612MWh의 전력을 생산하게 된다.
지역 마을 주민의 자발적 참여없이 일시적으로 많은 예산을 들여 '저탄소 녹색마을'을 조성하는 방식의 정부 정책에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주민의 자발적 참여가 전제되지 않으면 성공적인 녹색마을이 창출·유지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녹색연합과 녹색에너지디자인, 도농상생연대가 5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공통 주최한 '지역주민이 바라본 에너지 자립마을 현황과 대안'이라는 토론회에서 이유진 녹색연합 정책위원은 "정부가 주도하는 600개 에너지자립마을 사업을 비판적으로 재검토해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녹색마을 조성 사업에 주민 참여의 공간이 마련되지 못하고 단지 바이오 플랜트 설치를 위해 마을 부지를 내주거나 동의서에 도장찍는 역할에 머물러 있다는 것.
특히 시범사업은 단 2년만에 끝내고 2012년부터 본격적인 녹색마을 사업에 들어간다는 정부 로드맵에 따라 마을 주민들이 참여 결정이나 운영 방안, 재원 마련 등의 합의안을 마련하는 데 매우 시간이 부족하다고 그는 지적했다.
현재 정부는 부처별로 특성을 살려 올해부터 도시와 도농통합지역, 농촌, 산촌 등에 '저탄소 녹색마을'을 시범적으로 만들어 2020년까지 전국의 에너지 자립도를 40%가까이 끌어올린 600개 마을로 확대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이를 위해 행정안전부는 충남 공주시 월암마을(50억원)을, 환경부는 광주 남구 승촌마을(55억원)을, 농식품부는 전북 완주군 덕암마을(146억원)을, 산림청은 경북 봉화군 서벽리(50억원)를 시범마을로 선정해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반면 독일의 윤데마을이나 다르데스하임 마을, 오스트라아 무레크 등 신재생에너지 생산과 일자리 창출, 소득확대 등에 성공한 해외 녹색마을은 주민의 참여를 결정하기 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윤데마을이 에너지자립까지 걸린 시간은 총 7년 가량이었는데, 그 시간의 대부분은 바이오가스 플랜트 건설에 걸린 게 아니라 주민의 자발적 참여와 재원 마련에 걸렸다.
이 정책위원은 "주민의 자발적 참여가 없이 중앙이나 지방정부의 밀어붙이기 식으로 대규모 플랜트 설비를 설치되면, 설비 관리 주최를 두고 중앙정부, 지자체, 마을주민 등이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어마어마한 보조금으로 설치된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가능에너지 시설이 무관심속에 방치되는 현상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핵심 정책으로 발전차액지원제도를 꼽았다.
해외의 주요 녹색마을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주민의 노력에 따라 소득을 올릴 수 있는 혜택, 즉 발전차액지원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해외 사례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발전차액지원제도의 효과는 가시적이다.
제주도 안덕면 화순리는 16억원의 마을재원을 투자해 자발적으로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한 후 한전에 전기를 1㎾h당 677.38원에 판매하고 10년이면 투자금 회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제군 남면 남전 1리 마을도 27억원을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한 후 발전차액지원제도를 통해 매월 2400~3000만원의 수익을 얻고 있다.
이 정책위원은 "어느 태양광발전소가 화순리처럼 한 달에 두 번 전지판을 청소하겠느냐"며 "발전차액지원제도는 주민들을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매력이 있어, 지역에너지 관점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멋진 제도"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발전차액지원제도를 더욱 다듬어서 다양한 소규모 재생가능에너지원에 대해 지원을 확대한다면 주민들이 알아서 마을에 가장 적합한 에너지원을 찾아내고 투자하고 관리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예산낭비를 줄이고 에너지 자립도 앞당기며, 농촌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종원 기자 jjong@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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