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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시리즈 43] 삼성의 글로벌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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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4-12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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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특별취재팀) 삼성그룹의 주력계열사인 삼성전자는 매년 '선진제품 비교전시회'를 연다. 이는 1993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신경영을 선언하면서 제품과 기술력 차이를 한 눈에 살펴보기 위해 기획한 행사다. 좀처럼 사옥에 출근하는 법이 없는 이 회장도 이 행사만큼은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해외 선진 제품과 삼성 제품을 직접 비교분석한다. 이 회장의 평가에 따라 각 사업부와 해당 제품 개발 부서의 희비가 교차할 정도다.

20년 가까이 전시회를 진행하면서 행사의 성격도 많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선진 제품의 장점과 삼성의 부족한 부분을 평가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고민의 자리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삼성 제품이 해외 경쟁사에 비해 어느 부분이 뛰어난지를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아울러 각 부문 별로 확고한 1위 위상을 다지는 경쟁의 장으로 변모했다.

실제로 신경영 선언 이후 삼성은 놀라운 속도로 성장했다. 전자 산업을 바탕으로 이미 삼성은 주요 분야에서 'No.1' 위상을 갖고 있다. 과거 삼성의 추격을 개의치 않았던 기업들은 최근 오히려 삼성의 일거수일투족에 눈과 귀를 모은다.

선진 기업의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했던 삼성의 노력에도 변화가 있었다. 최근에는 자사 핵심 기술과 제품전략 등이 경쟁사에 누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무분에서 삼성은 이미 '언터처블'을 수준에 다다랐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양대 메모리 산업에서 삼성은 1위를 고수하고 있다. D램은 1992년 세계 최초로 64K D램을 개발한 이후 18년 연속 1위를 고수하고 있다. 10년 주기로 D램 산업 주도 기업과 국가가 교체되는 징크스도 삼성의 장기독주로 폐지됐다.

10년간 해당 시장을 주도했던 미국이 일본에 정상 자리를 내어줬다. 일본 역시 10년동안 수성에 성공했지만 결국 삼성을 필두로 한 한국에 밀렸다. 그리고 10년 후 대만 업체들의 공세가 이어졌지만 한국은 이들의 추격을 뿌리쳤다. 이는 2010년까지 그대로 이어진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2조2000억원 상당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기세라면 연간 최고 기록인지난 2004년 7조4750억원을 넘어 9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와 더불어 삼성의 주력 부품산업인 LCD도 일본의 벽을 넘었다. 1991년 삼성은 LCD 산업에 진출했다. 당시 세계를 호령하던 일본 업체들은 삼성을 견제하기 위해 기업간 협력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미 반도체 부문에서 삼성에 주도권을 내어준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 경영진과 연구진의 도전과 끈기를 막을 수 없었다. 낮은 수율과 원가경쟁력 악화로 한때 어려움을 겪었던 삼성 LCD는 1995년 양산 경쟁에서 우위를 잡았다. 제품 단가 하락으로 일본 업체들이 생산 물량을 줄였지만 삼성은 역으로 본격적인 양산 경쟁에 나섰다. 이를 통해 삼성은 2002년 이후 LCD 시장에서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다.

시장 점유율과 더불어 기술 역시 세계 일류 수준이다. 삼성 LCD는 세계 최초로 240Hz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는 초당 60장의 이미지를 구동하는 기존 방송 이미지를 쪼개 240장으로 세분화해 LCD의 약점으로 지목돼온 잔상을 줄이는 결정적인 기술이다. 아울러 LCD 대형화에도 성공했다.

과거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PDP와 LCD의 경쟁이 치열했다. PDP는 지연스러운 화질과 큰 화면이 장점이다. 다만 소비전력이 높고 발열 부문에 단점이 있다. LCD의 장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PDP의 장점을 흡수함으로써 삼성은 디스플레이 주도권을 잡았다.

이같은 디스플레이 부문에서의 경쟁력은 지금까지 이어진다. 삼성은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목받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부문에서도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은 2005년 능동형인 AM OLED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AM OLED 시장규모는 지난 2008년 780만대 수준에서 2015년 2억대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해당 시장에서 98%에 달하는 점유율을 점하며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 코닝과 합작한 삼성코닝정밀유리 역시 50%에 달하는 영업이익률을 보이고 있다. 독점 기술을 활용한 것. 삼성코닝은 국내외 제조기업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지난해 순이익만 2조6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4분의 1 수준이다.

조선업계에서는 삼성중공업이 드릴십 등 고부가가치 선박 기술을 앞세워 세계 시장을 호령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이같은 차별화를 통해 지난 1월 초 수주잔량 기준으로 세계 1위에 올라섰다. 최근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로 선주사들의 발주가 꽁꽁 얼어붙었지만 특수선박 기술 등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휴대폰 역시 세계 2위에 머물러 있지만 3위권과의 격차를 벌이는 동시에 1위인 노키아와의 차이를 점차 줄이며 사실상 2강 체제 구축에 성공했다. 프리미엄 제품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중저가 엔트리 제품의 시장 확장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결과다. 이를 통해 삼성 휴대폰은 지난해 '트리플 투'(2억대 판매.점유율 20%.영업이익률 두 자리수) 달성에 성공했다.

TV는 4년 연속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LED TV를 통해 시장 주도 업체로 발돋움했다. 지난 2월 출시한 3D TV 역시 출시 초기 LED TV의 성공을 재현하고 있다. 올해 3D 시장에서 지난해 수준의 성공을 거둔다면 장기독주가 확실해 보인다.

건설 부문에서는 아랍에미레이트연합 두바이에 지은 '버즈 두바이'를 통해 세계 최고 기술을 과시했다. 버즈두바이는 162층에 높이가 818m로 가장 높은 건축물이다. 아울러 동원 장비와 자재, 기술 등 각 부문에서 최고.최대.최장 기록을 새로 세웠다.

이같은 삼성의 발전 동력은 삼성 구성원들의 노력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 반도체 연구실은 불이 꺼지지 않는 24시간 연구체제로 유명하다. 새벽에도 주요 연구진의 회의가 이어질 정도의 강도 높은 고민과 개발이 있었기에 20년 가까이 1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아울러 오너 일가의 경영 역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일본과 미국 언론과 재계가 삼성의 오너경영을 재평가하고 있다. 지금의 삼성을 만든 것은 삼성의 구성원들의 노력이 가장 크다. 아울러 이들을 조합하고, 이들의 역량을 극대화한 것은 이병철 선대 회장 시절 부터 이어온 인재경영의 힘이다. 아울러 비약적인 발전을 위해 그룹의 역량을 모으고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 역시 오너 경영에서 비롯됐다.

다만 최근 세계 경제가 빠르게 변하고 소비자들의 트렌드가 시시각각 변하면서 지금의 삼성을 이끌어온 오너 경영에도 다소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상황에 맞는 변신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중앙 집중적인 의사결정 구조보다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 2년전 부터 삼성의 주력 계열사들이 현장 경영과 스피드 경영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러한 문제의식을 반영한 것이다.

최근 이 회장의 복귀와 조직 개편, 그리고 이전의 복장 및 출근제 변화와 사업장의 캠퍼스 화 등 새로운 도약을 위한 삼성의 변신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거둘 수 있을지 국내 뿐 아니라 세계 경제계의 이목이 모이고 있다.

eh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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