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권영은 기자) 신용등급 A-(안정적)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국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들도 유동성 압박을 받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와 미분양 증가, 신규사업 감소 등의 여파 탓이다. 여기에 건설사들이 무리하게 유동성 확보에 나서면서 자금사정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22일 금융결제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현재 현대건설 GS건설 등 상위 건설사들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 규모가 전년 대비 2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건설이 지난해 12월 말 현재(이하) 보유하고 있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총 1조475억원으로 전년(6983.4억원)도에 비해 93% 급증했다. 현대건설이 금융권에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은 3775억9877만원으로 안정성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미분양 등으로 인한 공사미수금은 2008년보다 1000억원 가량 증가해 1조6600억원을 보였다.
GS건설도 초우량 재무제표를 보이고 있다. 현금성 자산이 1조44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9% 가량 증가했다. 회사채 발행규모를 10배로 늘리며(2007년말 500억원, 2008년말 5015억원) 부족한 운영 자금을 조달했기 때문이다. 단기차입금도 전년보다 600억원 가량 줄어든 2002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주택사업비중이 높은 만큼 공사미수금이나 분양미수금 규모가 크다. 공사미수금은 2009년 말 현재 2조3177억원, 분양미수금은 79억원이었다.
배영찬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현대는 메이저 건설사 가운데 주택부분의 비중이 적은 편인 데다 국내 토목사업과 해외수주의 선수금으로 인해 현금성 자산이 크게 늘어났다"며 "지난해까지 우발채권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던 GS도 PF를 줄이는 등 자구노력으로 인해 유동성 위기에서 탈출했다"고 설명했다.
10대사 가운데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사로는 대우건설과 롯데건설. 이들은 단기차입금에 비해 현금성 자산 보유 규모가 적고, 분양미수금액이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대우건설은 현금성자산이 6403억원인데 반해 금융권으로 부터 빌린 단기차입금이 9501억원이었다. 미분양으로 인한 공사미수금도 2조6416억원으로 전년보다 1000억원 가량 증가했다.
롯데건설의 상황도 좋지 않다. 은행에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이 2981억원인 반면 현금성자산은 2899억원이다. 공사미수금액 2조1160억원, 분양미수금도 1233억원에 달했다.
포스코건설도 회사설립 이후 이어온 무차입 경영이 15년 만에 처음으로 무너졌다. 지난해 말 현재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은 1352억원에 달한다.
현대산업개발의 경우, PF 리파이낸싱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단기차입금을 통해 현금성 자산확보에 나선 케이스다. 2009년 말 현재 현금성자산은 65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0% 급증했다. 단기차입금도 2배 가량 증가해 5907억원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우는 지난해 말 유동성장기부채 3000억원이 줄어든 반면 일부 장기부채가 단기차입금으로 흡수됐기 때문에 단기차입금 비중이 높아졌다고는 볼 수 없다"며 "포스코건설은 미수금이 많은 상황에서 우발채무가 현실화로 자금압박이 심해지면서 차입을 강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체로 재무제표가 양호한 대형사들도 자금난을 겪고 있지만 A등급 미만의 중견사들의 어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며 "국내 주택시장의 회복이 가시화되지 않는 상황에서 해외사업으로 리스크를 메울 수 있는 능력이 안 되는 기업은 큰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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