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진영 기자) 최근 증시 상승과 함께 증권사들이 가파른 실적 회복을 이뤘다. 그러나 정작 증권사들은 어색한 웃음을 짓고 있다. 일회성 성향이 높은 채권부문 수익이 전체 실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 반면 수수료 수익과 거래대금 감소, 펀드 환매 증가는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지난 2009회계연도(2009년 4월~ 2010년 3월)에 대부분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이중 대우증권은 전년 대비 순이익이 75.0% 증가한 3159억원, 영업이익은 102.1% 증가한 4120억원으로 최고의 실적을 기록했다. 이어 하나대투증권은 151.7% 증가한 2520억원의 순익을 달성하며 뒤를 이었고 한국투자증권은 1000억원대 적자에서 2319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우리투자증권은 4분기 최대 실적에 힘입어 1800억원대 순이익을 기록했다. 현대증권과 동양종금증권도 비슷한 수준의 순익을 보였다.
그러나 증권사들은 기쁨을 자제하고 있다. 이번 실적 개선은 채권운용 수익 비중이 큰 탓이다. 금융위기 이후 유례없는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증권사들의 지난 4분기(2010년 1~3월) 채권수익이 최대에 이르렀다.
대우증권은 4분기에 국고채금리 하락으로 채권운용에서 763억원 수익을 냈다. 우리투자증권도 대규모 채권평가이익 발생으로 분기 기준 최대 순이익인 1370억원을 거뒀다. 연간 순이익 1810억원의 75%를 차지하는 규모다.
정길원 대우증권 연구원은 "채권수익 급증으로 호실적을 냈지만 향후 추가적인 채권관련 손익을 기대하긴 힘들 것"이라며 "이번 1분기 실적이 4분기 수준을 넘긴 어려워 보인다"고 내다봤다.
양진모 SK증권 연구원도 "4월 들어 금리가 박스권 흐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내리기보다는 조금 오를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채권에서 이익을 내기가 쉽지 않은 구간"이라고 지적했다.
증권사간 경쟁심화로 감소 추세인 수수료도 부담이다. 한국내 증권사 평균 수수료는 10년 사이 3분의 1로 감소했다.
한화증권에 따르면 지난 1999년 거래대금의 0.319%를 차지하던 평균 수수료율이 2009년 0.105%로 떨어졌다. 온라인 거래 증가로 지점 고객이 줄자 국내 한 대형증권사는 점포 통폐합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대금 감소세도 부담이다. 지난 2분기(7~9월) 437조원에서 3분기(10~12월) 303조원, 4분기(1~3월) 295억원으로 꾸준히 줄고 있는 추세다. 또, 이달 들어서만 국내 주식형 펀드(상장지수펀드 제외)에서 3조원 이상의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는 펀드환매 압박도 우려스럽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4분기에 채권운용에서 200%가 넘는 목표치를 달성한 반면 지점은 미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외국인이 시장을 주도해 개인 거래 비중이 감소한 데다 증시 상승과 함께 펀드 환매 규모도 커지고 있어 채권팀을 제외한 다른 팀들은 수익개선에 대한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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