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함께 슬픔에 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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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4-26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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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 서울광장·평택 2함대에 조문객 발길 이어져

(평택=아주경제 배충현, 송정훈 기자) 장례절차가 이틀째 진행 중인 26일 서울광장과 평택 2함대사령부 체육관에 마련된 '천안함 46용사 합동분향소'에는 이른 오전부터 조문객들의 발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께 서울광장에 마련된 희생장병 합동분향소를 찾아 헌화하고 분향했다.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수석비서관, 비서관, 선임행정관 등 청와대 참모진 80여명이 함께 한 조문이었다.

이 대통령은 희생장병들의 영정을 하나하나 쳐다보며 한동안 말 없이 서있었으며 이어 참모진과 함께 묵념을 했다.

이 대통령은 조문을 마친 뒤 조문록에 "대한민국은 당신들의 고귀한 희생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적으며 피어보지도 못하고 산화한 젊은 넋들을 위로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시민들이 남긴 애도의 글을 일일이 살펴본 뒤 함께 했던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시민들이 남길 애도의 글이 더 많을 것"이라며 공간을 마련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날 청와대는 출입문인 연풍문 앞에 희생장병을 애도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기로 했고, 이 대통령은 오는 29일 엄수되는 합동영결식에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평택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는 한나라당 정몽준, 민주당 정세균 대표,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과 강희락 경찰청장, 윤재옥 경기지방경찰청장 등 정ㆍ관계 인사들이 조문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합동분향소를 찾는 각 군 병사 및 경찰, 일반인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합동분향소에는 장례가 시작된 지난 25일 오후 2시부터 이날 오전 9시30분까지 3100여명이 다녀갔다.

군은 29일까지 2함대사령부 내 체육관에 대표 합동분향소, 해군과 육ㆍ공군 89곳에 분향소를 각각 설치해 운영한다.

29일에는 사령부 내 안보공원에서 유가족, 국무총리와 정부 부처 주요인사 등 28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영결식을 갖고, 같은 날 오후 3∼4시 국립 대전현충원 합동묘역에 유해를 안장키로 했다.

하늘마저도 울어버려 주룩주룩 빗방울이 쏟아진 이날 사랑하는 장병들을 떠나보내는 유가족의 가슴은 무너졌다.

고 조진영 중사의 매형인 최종민씨(38)는 "군대에 있는 동안은 부모의 자식이 아닌 나라의 자식"이라면서 "나라의 자식을 나라가 책임 못진 것이 속상한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처남은 발견 당시 오른손만 꽉 쥐고 있었고 시신은 깨끗했다"며 "검안 과정에서 입에 거품현상이 없어 폭발에 의한 충격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최씨는 특히 장례절차와 정부의 예우 수준에 대해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국무총리가 가족들과 상의 없이 천안함 희생장병들에게 화랑무공훈장을 수여한다는 담화를 발표했다"며 "실종 수색작업을 벌이다 순직한 고 한주호 준위 수준의 예우(충무무공훈장)를 기대했는데 정부가 장례절차를 서두르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그는 "장래절차가 시작된 지금은 46명의 용사를 편안하게 보내주고 싶은 마음뿐"이라며 "전사자와 가족들이 진짜 애국자들인 만큼 이들이 영원히 잊혀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 "천안함 내부를 둘러봤는데 우리의 장병들이 열악한 시설에서 고생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군 장병들의 근무여건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한번 "전사자 가족들이 진짜 애국자들"이라며 "29일 영결식 이후 가족 모임을 만들어 고인들의 애국의 뜻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ba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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