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광효·권영은 기자) 장바구니 물가가 폭등해 서민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성난 민심을 방치하다가는 언제, 어디서 폭발할지 모를 지경이다.
25일 저녁 서울 강북구 이마트 길음점.
주부 서옥순씨(51)는 100g씩 포장된 꽈리고추를 만지작거리기만 할 뿐 선뜻 장바구니에 담지는 못했다.
서씨는 저녁상에 올릴 멸치볶음에 넣을 꽈리고추를 사러 왔다고 했다. 그는 이내 "너무 비싸서 안되겠네. 꽈리고추 대신 땅콩을 넣어야겠어요"라며 자리를 떴다. 이날 꽈리고추 100g은 1250원이었다. 일주일 전만 해도 980원 정도였다.
"되도록이면 안먹으려고 해요. 갈치 먹을 거 꽁치 먹거나 하는 거죠."
새내기 주부 조민영씨(26)는 2500원에 7개를 주는 오이를 보더니 반색을 하고 장바구니에 담았다. "오늘 저녁에는 오이무침이나 해 먹어야겠다"며 웃었다.
그나마 오이는 가격이 싼 편이었다. 저녁시간에만 깜짝 세일 중인 품목이기도 했다. 조씨는 햇양파 8개들이 망을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대신 낱개로 파는 양파 3개를 봉지에 넣었다. 망양파 8개들이 가격은 6550원이었다. 지난해 4월께 햇양파 8개들이의 가격은 3000원 수준이었다.
신선식품 폭등 양상은 재래시장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 응암동 대림시장의 한 농산물 할인매장에서는 지난해 4월께 3포기에 7000~8000원이었던 배추가 현재는 1만 5000원에 팔리고 있다.
무도 지난해 4월에는 12개 한 묶음에 6000~7000원이었던 것이 현재는 1만4000원에 팔리고 있다.
대파의 경우 지난해 4월에는 한 묶음에 1000원이었던 것이 현재는 2000원에 팔리고 있다.
신세계 홍보팀 관계자는 "수산물과 야채, 과일 등 거의 모든 품목에서 가격이 올랐다"며 "기상이변으로 인한 한파와 일조량 부족으로 수확량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림시장에서 생선가게를 하는 김모씨(45)는 "지난해 갈치 한 마리에 6000원이었던 것이 지금은 1만원으로 올랐고 고등어도 한 마리에 1000~1500원 하던 것이 3000원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이처럼 농수산물을 비롯한 장바구니 물가가 폭등한 데는 지난 겨울 한파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끝이 보이지 않는 경기침체가 정부정책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어 사회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최대 재래시장인 남대문시장의 한 과일노점상 주인은 "물가가 폭등해 장사가 안돼 죽겠는데 전기세나 수도세는 올리고 부자들 세금은 깎아준다"며 "참 나쁜 놈들이야"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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