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비율 284%…현대그룹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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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4-28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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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병용ㆍ이정화 기자) 현대그룹에 비상등이 켜졌다. 재무건전성 악화로 재무구조개선약정 대상후보에 오른 것이다. 그룹의 주력계열사인 현대상선의 부진한 실적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특히 현대그룹은 순환출자구조로 각 계열사들이 얽혀 있어 현대상선의 실적 악화는 그룹 전체의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중단된 현대아산의 대북사업 역시 현대그룹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그룹 대들보가 휘청

현대상선ㆍ현대증권ㆍ현대엘리베이터 등 12개 계열사를 거느린 현대그룹. 이 가운데 가장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현대상선이다. 현재 현대상선은 금융 계열사를 제외한 현대그룹의 전체 자산 중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현대상선의 실적에 따라 그룹 전체 명암이 갈린다. 현대그룹이 재무구조개선약정 대상후보에 거론되는 이유도 현대상선이 지난해 받아든 실적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576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부채도 2008년 5조8915억원에서 6조6470억원으로 급증했다. 부채비율은 196%에서 284%로 뛰어 올랐다.

이로 인해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매출·영업이익 증가에도 대규모 순손실을 기록했다. 현대상선의 재무구조 악화와 주가 하락으로 1898억원 규모의 지분법 평가손실을 입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그룹은 계열사끼리 서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순환출자구조로 이뤄졌다"며 "한 곳의 부진한 실적이 다른 계열사에 영향을 미쳐 그룹 전체 재무 건전성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그룹의 순환출자구조는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현대로지엠(구 현대택배)이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0.9%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상선 지분 19.3%, 현대상선은 37.32%의 현대로지엠 지분을 각각 소유하고 있다.

계속 꼬여만 가는 현대아산의 대북사업도 악재다. 현대는 그동안 개성·금강산 관광 등 대북사업에 엄청난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금강산 지역 투자금액은 2269억원에 달한다.

◆재무약정 체결 전망 엇갈려

금융권은 해운시황이 불투명해 현대그룹이 재무약정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한진그룹은 지난해 주력 사업체인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의 실적부진으로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재 현대그룹의 부채비율은 284%에 달한다"며 "원칙적인 차원에서 본다면 현대그룹의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현대그룹 측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현대상선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현대상선은 28일 올해 1분기 매출액 1조 7500억원, 영업이익 116억원을 각각 달성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부진을 극복하고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매출은 지난해 4분기 대비 11.8% 상승했다. 영업이익은 817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특히 4월 한 달 영업이익은 사상 최고의 실적연도인 2008년 월평균 영업이익인 489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환율 변동에 따른 장부상 외화환산손실로 당기순손실이 발생했지만, 이는 현금흐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치"라며 "이로 인해 현대그룹이 재무약정 체결 대상으로 선정될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라고 말했다.

재무약정 체결대상 선정기준이 재무제표상 수치뿐만 아니라 주관적 요인도 고려하고 있는 점도 현대그룹의 위안거리다. 대북 사업의 경우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악화된 것이라는 점이 고려될 수 있다는 것이다.

ironman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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