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중] 한반도 정세 미칠 영향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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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5-0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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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3일 전격 방중길에 오르면서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천안함 사태를 비롯, 장기교착된 6자회담과 급랭하는 남북관계라는 잇단 악재로 불안정성이 증폭된 동북아 외교안보지형에 중대변수가 등장한 탓이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일종의 '예고된 이벤트'의 성격을 띠고 있다. 작년 10월 중국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에 이어 올 2월 방북한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공식방중 초청으로 김 위원장의 베이징행은 시간문제로 여겨졌다.

북한으로서는 김정일 방중이 '일거양득'의 카드다. 경제난 타개와 후계구도 완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중국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은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회담을 조속히 재개해 대외적 체면을 세우고 북핵 논의의 이니셔티브를 쥐는게 긴요한 과제다.

따라서 김정일 방중은 양국 모두에게 주고 받을 선물이 명확한 '윈-윈 카드'로 점쳐졌었다. 이런 맥락에서 연초부터 전개돼온 북.중간 고위급 교차방문으로 6자회담 재개의 분위기가 '숙성'됐던 3월말, 4월초가 유력한 방중시기로 점쳐졌었다.

그러나 3월말 터진 천안함 사건의 여파 속에서 상황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북한의 개입 가능성이 부상하면서 6자회담 재개 프로세스가 '올스톱'되고 북한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은 싸늘하게 돌아섰다.

특히 천안함 사건이 한반도 정세의 정세의 흐름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작용하면서 김정일 방중의 효과가 반감되는 상황이 조성된 것이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이 전격 방중을 감행한 것은 결국 천안함 사건의 흐름을 적극 의식하면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려는 전략적 노림수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주목할 점은 김 위원장이 5월초를 방중시기로 택한 점이다. 이는 천안함 조사결과가 발표된 이후에는 사실상 방중이 어렵다는 점이 거론되고 있다. 북한의 소행으로 판명날 경우 중국으로서는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해 김위원장을 '접수'하기 어려운 탓이다.

이에 따라 북.중이 '정치적 교감'을 거쳐 5월초로 방중시기를 잡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대 관전포인트는 북한의 노림수다.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강력한 우방인 중국에 기대어 천안함 사건을 '물타기'하거나 수세국면을 전환해보려는 노림수일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북한이 사건을 일으킨 뒤 한국 뿐 아니라 미국과 스웨덴 등이 참여하는 국제사회의 조사가 본격화되자 김정일 방중이라는 카드를 꺼내 분위기를 반전시키려는 의도라는 얘기다.

특히 김정일 방중은 장기교착 상태를 이어온 6자회담 재개의 시발점으로 인식된다는 점에서 천안함 사건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희석시키는 '이벤트 효과'도 클 것이라는 풀이도 나오고 있다.

또 북한으로서는 자연스럽게 김정은으로의 후계구도를 공식 추인받고 갈수록 심화되는 경제난을 해소하는 일대 계기를 거머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으로서도 천안함 사건의 와중에 김 위원장을 받아들이는 것이 부담스런 대목이지만 6자회담 트랙을 최대한 빨리 정상화하는 계기를 잡았다는 점에서 외교적으로 이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북한에 대한 '그립'을 계속 쥐어갈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는 것이다.

어찌됐건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에 따른 북.중 정상회담 테이블의 주메뉴는 △6자회담 재개 △대북 경제지원 △천안함 사건 등 3대 어젠다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중 최대 관전포인트는 북한이 6자회담 복귀라는 '선물'을 중국에 안겨줄 지 여부다. 이는 18개월째 교착상태를 이어온 6자회담 재개의 실질적 신호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북한이 중국에 구체적인 복귀 일정을 제시할 경우 중국은 이를 관련국에 회람하는 절차를 통해 6자회담 재개의 본격 시동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그 대가로 중국은 대북 경제지원을 제공하는 시나리오가 점쳐지고 있다. 작년 10월 원자바오 총리가 약속한 경제지원을 완전 이행하고 '플러스 알파'로서 동북3성을 중심으로 대북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천안함 사건을 놓고는 북한의 일방적 선전전이 전개될 가능성이 예상된다. 북한은 이번 사건이 한.미가 날조한 음모라는 입장을 표명하고 중국은 이를 청취하는 스탠스를 취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은 남북간의 상반된 입장을 토대로 6자회담과 천안함 사건을 '투트랙'으로 병행하는 쪽으로 구도를 가져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문제는 천안함 사건과 6자회담 재개를 연계화하고 있는 우리 정부와 미국이 당장의 6자회담 재개를 수용할 수 있느냐이다.

현재 워싱턴의 분위기는 천안함 사건의 직접적 피해를 입은 우리 정부의 입장을 감안해 조사결과 발표 이전까지 북.미대화를 피하고 6자회담 재개도 그 결과와 연계하려는 쪽이다.

이에 따라 6자회담이 조기 재개되기는 어렵고 일정한 '조정기'를 거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북한의 6자회담 복귀선언과 그에 따른 중국의 회담 재개 움직임이 본격화될 경우 미국의 입장은 변화될 개연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미.중 간에는 6자회담의 재개에 관한 큰 틀의 컨센서스가 형성돼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북관계는 김정일 방중과 무관하게 천안함 사건의 파장에 휩싸이며 냉각상태가 오히려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6자회담 재개와 천안함 사건의 복잡한 외교방정식 속에서 한반도 정세가 중대한 전환기를 관통하고 있는 흐름이다.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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