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산업을 살리자②] 건설업계 덮쳐오는 도미노 부도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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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5-06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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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권영은 기자) A건설의 재무담당 K부장은 요즘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밀려오는 금융권의 자금 압박에 시달려 문 지방이 닳도록 은행을 드나들어 보지만 추가 자금을 끌어오기엔 역부족이다.

하다 못해 사채를 알아보고 있지만 사채시장의 본거지인 명동에 퍼진 건설사 연쇄 부도설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협력업체에 대한 대금 결제가 밀리다보니 독촉전화만 하루에 수십통씩 받고 있다.

건설업계의 돈줄이 막히면서 K부장과 같은 처지에 놓인 건설사 간부들이 늘고 있다. 대형업체의 한 관계자는 "사업 포트폴리오가 주택사업 위주로 돼 있는 회사들의 경우 부채비율이 300%가 넘는 곳이 허다하다"며 "재무제표가 악화되면 은행에서 더 이상의 대출은 상상할 수 없고, 사채시장에서도 자금을 구할 수 없기 때문에 부도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말로 예고된 건설사 정기평가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B등급 이하 건설사 10여 곳의 부도설이 나도는 등 도미노 부도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건설사 연쇄 부도 공포의 핵심은 자금난이다. 미분양 아파트가 늘고 있는 데다 주택거래마저 끊겨 입주 지연 아파트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미분양으로 자금 회전이 가로막힌 상황에서 올해 갚아야 할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한기평 조사결과 36개 건설업체의 PF우발채무 잔액은 약 46조원으로 이 중 53%인 24조3000억원이 1년 이내에 만기가 도래한다. 특히 1년이내 만기 도래 PF자금 중 지방사업장의 비중이 9조원으로 전체의 63%에 달했다.

전체 PF우발채무 잔액 중 절반 이상(28조3142억원)이 미착공 사업장으로 남아있다는 것도 문제다. 주택경기 침체→건설사 부도→협력업체 연쇄 부도→금융기간 건전성 악화→내수 경기 침체 등 악순환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PF우발채무에 대한 연체율도 증가하고 있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G건설이 지난 2008년 겪은 유동성 위기로 PF우발채무 규모를 줄이고 내부 조정을 거친 후 재무제표 상황이 크게 좋아졌다"며 "하지만 대다수의 업체들은 여전히 주택사업을 위주로 하는 데다 PF로 인한 이자가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업체도 있어 이들 업체의 연체율은 증가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채비율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일부 대형사의 경우 100%를 밑돌기도 하지만 상위 10위권 내에서도 200%에 육박하는 업체가 눈에 띈다.

한기평이 신용등급을 보유한 37개 건설업체의 지난해 9월말 기준 부채비율은 190.2%로 2008년 6월 말보다 16%p 상승했다. PF를 포함한 조정 부채비율은 350.2%에 이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중견 건설업체들은 신용등급이 없어 이 조사에서 제외된 점을 감안하면 건설업체의 부채비율은 이보다 훨씬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업계에 휘몰아친 '돈맥경화'로 일각에선 살생부마저 등장했다. W, K, D...등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오른 기업들이다. 

워크아웃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자금난에 시달렸던 일부 업체들의 퇴출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며 "성원건설 등 부실설이 돌았던 업체들이 퇴출을 당한 만큼 이번에도 꽤나 설득력있게 회자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건설사의 부도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3월중 어음 부도율 동향'에 따르면 미분양 등의 여파로 부도를 낸 건설업체는 37개로 한달 새 68.1%(15개)나 급증했다. 이는 지난해 4월(37개사)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특히 지방에서 22개 업체가 무더기 도산했다.

분기별 부도 건설업체는 지난해  2분기 83개에서 3분기 59개로 급감했다가 4분기 78개, 올해 1분기 80개로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업 위기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미분양 아파트를 해소하고 주택거래를 활성화하는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정부가 여전히 '아직은 그런 수준이 아니다'며 금융규제를 유지하고 있고 분양가 상한제 폐지도 지지부진해 출구전략이 나오기 이전까지 현상유지에 올인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업계 전반에 팽배하다"고 말했다. 

kye30901@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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