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강남 재건축 시장이 심상치 않다. 가격이 빠르게 떨어지고, 하락폭도 커지면서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재건축 시장은 부동산시장의 전반적 판세를 읽는 바로미터로 쓰이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투기적 수요가 가장 많은 시장인 만큼 대내외적 변수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분야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강남재건축 시장 냉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부동산시장이 쉽게 회복되기 어렵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 강남재건축, 날개없는 추락
최근 가장 두드러진 하락세를 나타내는 것은 재건축 아파트다. 특히 지난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던 강남권(강남구, 송파구, 강동구) 일대 재건축 단지들은 가격이 급격히 빠지고 있다.
9일 부동산뱅크 조사에 따르면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시가총액은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4개월만에 1조5554억원이나 증발했다. 반면 비강남권 아파트는 같은 기간 1657만원 증가했다.
서울에서 감소폭이 가장 컸던 곳은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로 올들어서만 6186억원이 줄었다. 뒤를 이어 가락동 가락시영1차가 2283억원 감소했다.
송파구 가락동 시영 1차 56㎡(17평형)는 6억원대로 2006년 말 최고점 대비 3억원 가까이 빠졌다. 강동구 둔촌 주공 재건축 아파트도 시공사 선정이 미뤄지면서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둔촌동 주공3단지 102㎡와 주공2단지 52㎡는 7억8000만~9000만원대에 시세가 형성돼 있지만 찾는 투자자가 없다.
인근 하나 공인중개소 사장은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분위기가 살아나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작년에 비해서도 가격이 5000만원 이상 떨어졌다"고 말했다.
◇시장회복은 언제쯤 될까
전문가들은 강남 재건축 시장이 활기를 띌 시기는 하반기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이영진 닥터아파트 리서치연구소장은 "재건축 시장은 부동산시장 흐름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시장회복 분위기가 관건"이라며 "다만 실물경기 회복 시기와 정부의 출구전략 실행이 나오는 시기와 맞물려 집값 반등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대체로 보상비가 풀리면 외지인들이 강남 부동산에 투자하는 경향이 높다"며 "하반기 4대강 살리기 대상지역, 보금자리주택단지 등 공공택지 토지보상비가 대거 풀리면 자금이 강남으로 몰려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그러나 “주택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 사업추진이 부진해 시장 활성화는 더욱 지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강남불패 붕괴를 거론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대표는 "강남불패 신화는 영원하지 않다"며 "IMF 외환위기나 작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시장에 충격이 가해졌을 때 강남 부동산 가격이 가장 많이 떨어졌었다"며 "실거주보다 투기적 수요가 몰리는 시장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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