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심리전은 북한군의 사상적 기강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가장 껄끄럽게 느끼는 조치로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고 군 관계자들은 전망했다.
군당국은 일차적인 조치로 이날 오후부터 심리전 방송을 재개했다. '자유의 소리'이라는 이름의 이 방송은 FM으로 송출된다. 1962년부터 전파를 탔으나 2004년 6월4일 남북장성급회담 합의에 따라 심리전이 중단되면서 그해 6월14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4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군이 이 방송을 중단 6년 만에 재개하면서 북녘 땅으로 전파를 송출하기 시작했다. 군은 이달 중으로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철거한 확성기를 재설치하는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어서 '자유의 소리' FM 방송의 전파변환 작업을 통해 방송 내용이 확성기로 북한지역으로 전달될 예정이다.
군사분계선 지역의 양측에 수십 개씩 설치된 확성기는 '총성 없는 전선'의 최일선을 지켜왔다. 남측 확성기는 출력을 최대로 높이면 야간에 약 24㎞, 주간에는 약 10여㎞ 북측지역에서도 방송 내용을 들을 수 있다.
북한군은 남북장성급회담 등을 통해 남측의 확성기를 통한 심리전 방송이 한 밤 중 개성지역까지 들린다며 중단을 집요하게 요구했고, 남북은 2004년 6월 장성급회담에서 이를 중단키로 합의했다.
북한군이 심리전 방송의 중단을 요구한 것은 최전선에 배치되는 당 간부 자식들마저 남측의 심리전에 사상적 기강이 무너지고 군 내부를 통제하는 데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예컨대 2004년 평북 룡천군 룡천역 폭발사고와 같은 대형 참사 소식이 확성기방송을 통해 전달되자 고향의 가족들에 안부 편지를 쓰면서 이 내용을 적었다가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군 관계자는 "대북 심리전은 북한 내부의 체제 안정과 직결된 문제로 북한 지도부가 상당히 아파할 만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군사분계선 지역에서 실시되던 대북 전단지 살포 작전도 곧 재개된다.
군은 날씨가 좋아지면 당장 이날 오후부터라도 전단지 살포작전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전단지에는 천안함의 침몰이 북한 어뢰공격이라는 민.군 합동조사단이 조사결과와 함께 국제사회의 대응, 국제소식 등이 담길 것이라고 국방부는 전했다.
강한 바람이 불 때 전단지를 살포하면 북한이 성지화한 평양 대성산 혁명열사릉까지 날아가 북한군과 인민보안성 요원들이 이를 수거하느라 홍역을 치른다고 한다. 전단지 내용을 주민들이 보게 되면 사상적으로 동요가 심할 것이란 판단 때문에서다.
여기에다 MDL 지역에서 대형 전광판을 통한 대북 심리전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사정이 열악한 북측은 대형 전광판을 운영할 수 없지만 우리 측은 한밤중에도 대낮처럼 밝은 전광판으로 심리전을 구사한다. 이 전광판은 월북하는 북한군 장병들에게 길 안내의 역할도 한다.
대북 심리전이 재개되면 북한 측은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인민군 전선중부지구사령관은 이날 심리전 방송 재개와 관련, "심리전 수단을 새로 설치하는 경우, 그것을 없애버리기 위한 직접조준 격파사격이 개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선중부 괴뢰 3보병사단 비무장지대 330헌병초소에 반공화국 심리전 구호가 출현했으며 심리전방송 재개를 위하여 확성기까지 새로 설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이것은 북남 군사적 합의에 대한 노골적인 파기행위이고 우리에 대한 엄중한 군사적 도발이며 북남관계를 최악의 상태로 몰아가는 중대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남북장성급회담 북측 단장은 지난 16일 남한 군당국에 보낸 통지문에서 "남측은 대북심리전 재개가 불러올 파국적 후과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지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북한은 우리 측의 대북심리전 재개에 대해 상대방에 대한 모든 선전활동을 중지하기로 약속한 쌍방 군 합의사항의 위반이라며 남북한 육로통행 차단 등 보복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대북 심리전 재개는 북한 측이 상당히 부담을 느끼는 조치로 볼 수 있다"며 "확성기를 통한 대북 방송은 즉각적인 시행이 가능하고 대형 전광판은 설치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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