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해림 기자) 반도체 부품 핵심기업 광전자가 7월 계열사 한국고덴시ㆍ나리지*온과의 통합합병으로 '제2의 도약'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 2002년 코스피200지수에도 편입된 우량기업이지만 부품 기업이라 그 동안 저평가됐던 히든챔피언 광전자의 이번 합병은 국내 반도체 업계의 새로운 역사를 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합병 기업 중 이례적으로 3사 모두 상장된 반도체 업체이고, 합병 후 재무구조 개선은 물론 국내 최초로 반도체 완제품 생산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광전자와 한국고덴시,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나리지*온의 합병을 통해 발생하는 시너지 효과뿐 아니라 대표이사의 뚝심 있는 '반도체 고집'으로 투자자의 이목이 집중된다.
광전자는 31일 주주총회를 거쳐 7월 12일 한국고덴시ㆍ나리지*온과 합병해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사진은 광전자 본사 전경. |
◆ 전방산업 수혜+3사 특징 시너지=실적 '견고'
합병 3사는 최근 전방산업인 전자산업 호황에 반도체 시장 자체의 경기 호조까지 더해져 특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ㆍLG전자 등에 납품하고 있는 광전자는 최근 6개월간 팹(fabrication, 가공) 공장 가동률이 90%를 넘어서고 있다. 지난 1분기 매출액은 416억원, 영업이익은 27억원 기록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1.3%와 42% 늘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21억원을 기록해 흑자전환했다.
한국고덴시는 올 1분기 매출액 439억원, 영업이익 24억원, 당기순이익 26억원을 기록했고, 나리지*온은 매출액 64억원, 영업이익 11억원, 당기순이익 19억원을 달성했다. 1분기 3사 매출액만 따져도 900억원을 넘는다. 세계 반도체 시장 성장률은 매년 7~10%로 앞으로 더 큰 성장폭을 기대할 수 있다.
부채비율에도 변화가 생긴다. 1분기 부채비율은 광전자와 한국고덴시, 나리지*온이 각각 113.2%, 74.7%, 24.1%를 기록했다. 1분기만 계산해도 3사 합병시 광전자 부채비율은 65%로 50%포인트 가까이 줄어든다.
회사측은 경기의 흐름을 타지만 높은 성장성의 광전자와 꾸준한 수익이 보장된 나리지*온ㆍ한국고덴시가 만나 큰 시너지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한다. 광전자 경영총괄을 맡고 있는 곽훈영 부사장은 "광전자는 기존의 제품력과 성장성을 바탕으로 나리지*온과 한국고덴시의 안정성도 확보해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합병후 세계 시장 점유율도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국내 최고의 광센서는 세계 시장에서도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휴렛패커드(HP)ㆍ캐논ㆍ렉스마크 등 굵직한 자동사무화(OA) 전문업체에 많게는 95%까지 광센서를 지원해 세계시장 60%의 점유율을 갖고 있다. 광전자는 세계적인 전원 공급 장치(SMPS) 업체인 델타, 종합가전 메이커인 스카이워스ㆍTCL 등에 2년간 공들여 올해 거래처를 확보했고, 주력상품인 파워 모스펫(MOSFET)을 시작으로 점점 더 다양한 물품을 공급하고 있다.
◆ 국내 유일의 통합 팹(Fab) 공장 가동 가능
합병 3사는 지금까지 반도체 업종 내에서 서로 다른 부분을 맡아 왔다. 광전자는 실리콘 반도체 웨이퍼(wafer, 반도체 기판)를 만들고, 나리지*온은 화합물 반도체 웨이퍼를 만든다. 합병을 하게 되면 광반도체 전문기업 한국고덴시는 이 두 회사에서 나온 칩을 갖고 광센서를 만들 수 있다. 다른 곳에서 부품을 조달할 필요도 없고, 발주처에서도 완제품을 한번에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최근 정부 친환경 사업으로 추진중인 발광다이오드(LED) 가로등을 예로 들면, 가로등에 장착하는 태양전지(Solar Cell) 모듈과 LED 등은 한국고덴시에서 만들고, LED용 칩은 나리지*온에서 만든다. 이때 태양전지에 에너지가 모여 전기로 구동하는 회로의 각 부품을 광전자에서 만들어 제품을 완성한다.
광전자는 합병을 통해 국내 유일의 LED와 광센서 칩을 동시에 만드는 팹 공정을 갖게 된다. 국내 수많은 반도체 업체가 있지만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수입산 칩을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팹 공정 설치에 많게는 2000억원까지 비용이 들고, 설치하더라도 꾸준한 수요가 뒷받침돼야만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대표이사의 '반도체 외길인생'
대표이사인 나카지마 히로카즈 회장은 동경이과대학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샤프전자에서 10여년간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전자시계ㆍ전자계산기용 태양전지를 개발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후 일본에서 일본어로 광전자를 뜻하는 고덴시(KODENSI)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그리고 꿈꿔왔던 고국에서의 기업경영을 위해 전북 익산에 한국고덴시와 광전자주식회사를 설립하고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경영에 가담했다. 지난해 한국고덴시가 높은 경쟁률을 뚫고 나리지*온을 매수한 것도 나카지마 회장의 뜻이었다.
이렇게 나카지마 회장은 '한우물 파기'로 반도체 업계에 뚜렷한 목표의식을 갖고 있다. 이번 합병도 그 일환으로 국내 유일의 통합 팹 공장을 보유하게 돼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
곽훈영 부사장은 "이번 3사 합병을 통해 실리콘ㆍ화합물 반도체 공장 동시 운영이라는 큰 자산을 기반으로 광센서ㆍ파워모스펫ㆍLEDㆍ태양전지 등 사업영역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나카지마 회장의 뚝심 있는 반도체 집중 덕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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