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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경영 포커스] M&A 의욕만 앞서다 낭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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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5-27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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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사회가 CEO의 성급함 잡아줘야

(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기업간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유동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시장의 매물로 전락한 반면 일부 대기업은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내부 유보액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쌓아놓고 있다.

이들 현금 자산이 풍부한 기업은 새로운 설비 투자에 나서기 보다는 매물로 나온 기업과의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영역을 확장하거나 기존 사업라인을 강화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달 들어 포스코가 실적 악화로 도산한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포스코는 대우인터 인수를 통해 철강제품의 해외 판매채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시장에 매물이 넘칠 때일수록 '옥석 가리기'에 더욱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대형 M&A를 추진한다는 기대에 눈이 멀어 계약의 불리한 측면을 냉정하게 살피지 못하는 것을 '죄악'이라고 표현하고, 경영진은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 컨설팅 업체인 베이커퍼시픽의 데이비드 션버그 M&A 고문은 "경영자를 포함한 조직원들이 M&A에 대한 기대로 지나치게 들뜨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점찍어 둔 기업과 M&A 계약을 성사시키는 데 집착하지 말고 계약 내용 전체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FT는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을 제어하지 못할 때 이사회가 나서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초콜릿 제조업체인 캐드베리사의 사례는 신중하지 못한 M&A가 기업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이에 대해 로드 피터 만델슨 영국 기업혁신기술부 장관은 지난 2월 캐드베리사 경영진의 성급함을 제어하지 못한 이사회를 질타한 바 있다.

그는 "주주를 비롯해 모든 이해당사자에게 미치는 장기적인 효과를 고려하는 것이 이사의 의무"라며 "우리는 경매에 참여한 사람처럼 흥분한 이사회보다 안내자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이사회를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와 유럽의 많은 이사회 멤버들이 이 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A기업의 한 이사는 "M&A를 앞두고 경영진과 이사회가 자료를 놓고 정기적인 통화를 하고 있다"며 "이는 다음 단계로 접어들기 전에 사안을 명확히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B기업의 이사도 "경영진이 계약을 서두르지 않도록 이사회 멤버들이 나서 경고하고 있다"며 "계약 과정에 탄력이 붙을수록 경영진은 이를 '승리'로 여기는 경향이 짙다"고 말했다.

M&A에 나설 때는 '전문적인 회의론자'가 꼭 필요하다고 FT는 조언했다. 이들은 경영진과 반대 입장에 서거나 이사회를 소집해 M&A 계약이 불리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을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영 전문 잡지인 '디렉터스앤드보드'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참여한 이사회 멤버 중 22.9%가 "지난해 가능성 있는 M&A건을 부결시키거나 계획을 근본적으로 변경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FT는 M&A 계약의 초기 단계에는 세기의 경영자인 잭 웰치의 지혜를 빌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경영의 달인으로 불리는 잭 웰치 전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은 "M&A를 시작한 후 매물이 매력적으로 보인다면 이미 경영진이 계약을 성사시키겠다는 열망에 사로잡힌 것"이라며 "결국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볼 여지가 사라지게 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FT는 "특정 국가와 산업부문을 막론하고 오산을 해 손실을 가져 온 증거는 얼마든지 있다"며 "경영진은 착수한 계약의 본질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nvces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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