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광효 기자) 여름이 성큼 다가온 5월의 마지막 주말인 29일.
봄철 내내 기승을 부렸던 꽃샘추위도 완전히 물러가고 계절은 만물이 생동하는 여름으로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 하청업체에 선박용 엔진부품을 납품하는 A사는 여전히 매서운 한겨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선박용 엔진부품 생산을 중단했다. 대기업 하청업체가 제시하는 납품단가로 생산하면 할수록 오히려 손해만 커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 이 업체가 납품하는 선박용 엔진부품의 납품단가는 지난해부터 1㎏당 1500원 정도로 묶여 있는데 주원자재인 고철과 선철의 가격은 치솟고 있다.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고철가격의 경우 지난해 1㎏당 470원 하던 것이 2010년 4월 기준으로 1㎏당 562원으로 20% 가까이 치솟았다.
선철가격도 오는 6월부터 현재 1㎏당 550원에서 700원으로 27% 넘게 인상될 예정이다.
이런 이유로 A사는 선박용 엔진부품을 납품받는 대기업 하청업체에 납품단가를 1㎏당 300원-400원 정도 인상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해당 대기업 하청업체는 이에 대해 난색을 나타내며 1㎏당 150원 정도 인상해 줄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A사 관계자는 “사실 납품단가가 1㎏당 300원-400원 정도 인상돼도 우리는 남는 것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모 대기업에 산업기계 부품을 납품하는 B사도 납품단가 협상에 진전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B사가 이 대기업에 납품하는 산업기계 부품의 주원자재는 고철이고 현재 납품단가는 1㎏당 1200원에서 1300원 정도이다.
B사는 최근의 고철 가격 급등을 이유로 납품단가를 1㎏당 350원-400원 정도 인상해 줄 것을 해당 대기업에 요구하고 있지만 해당 대기업은 1㎏당 150원 정도의 인상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재값이 급등하고 있지만 납품단가는 별로 오르지 않거나 오히려 인하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 중소업체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중소업체들은 납품을 받는 대기업에 비해 약자일 수밖에 없어 원자재값이 급등하더라도 납품단가 인상을 요구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납품을 받는 대기업이 하나라면 납품을 하려는 중소업체는 수십 개이기 때문에 한 중소업체가 납품단가 인상을 요구하면 해당 대기업은 거래처를 더 싼 가격에 납품할 수 있는 중소업체로 바꾼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의 평균 납품단가는 지난 2008년 1㎏당 1009원에서 2010년 2월 현재 1㎏당 1080원으로 7% 정도 오르는 데 그쳤고 공작기계 부품의 납품단가는 같은 기간 1㎏당 1511원에서 1430원으로 오히려 떨어졌다.
이런 이유로 중소업체 중에선 대기업과는 거래를 하지 않는 업체도 있는 실정이다.
40여개 중소업체에 대형 엘리베이터 감속기 부품이나 일반기계 부품 등을 납품하는 C사는 4-5년 전부터 대기업과는 거래를 하지 않고 있다.
같은 중소업체에만 납품을 하고 그것도 수십개 업체에 납품을 하니 납품단가를 협상하는 데 있어서도 C사의 요구를 상당히 반영하고 있다.
C사의 경우 대형 엘리베이터 감속기 부품의 주원자재인 고철의 가격이 지난달 1㎏당 500원에서 이번 달에 560원으로 오르자 엘리베이터 감속기 부품의 납품단가를 협상을 통해 지난달 1㎏당 1700원 정도이었던 것을 이번 달에 1800원 정도로 올렸다.
C사의 한 관계자는 이 날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소규모로 납품하지만 같은 중소업체에 납품해 납품단가를 정하는 데 있어서 큰 어려움은 없다”며 “한달 매출액이 3억원 정도인데 그 중 15% 정도의 이익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소업체는 대기업에 납품하는 순간부터 수렁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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