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시프트-1] 시프트 부실공사 왜 반복되나?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0-06-07 16:33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서울 강동구 강일1지구 4단지 한 시프트 세대 내부. 결로현상으로 곰팡이 심하게 피어난 곳에 흰 페인트만 덧칠하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다. 최근 페인트를 덧칠한 귀퉁이 부분에도 페인트 속에 곰팡이가 그대로 남아 있음을 알수 있다. 
(아주경제 권영은 기자) 서울시 산하 SH공사가 공급 중인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의 부실공사는 시프트 공급의 구조적인 문제에다 시행기관의 감독 소홀이 주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7일 SH공사와 시프트 입주민들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강동구 강일1지구는 총 6410가구 중 57%인 3662가구가 시프트 등 임대주택이다.

이 아파트에서 하자로 인정돼 보수공사 대상으로 접수된 건수는 지난 1년간 1400여건으로 공식 집계됐다. 지난해 9월과 12월 입주를 시작한 상계동 장암지구(2298가구)의 경우에도 작년 12월 1400여건이던 하자보수 신청건수가 이날 현재 4000여건으로 6개월 만에 무려 3배나 급증했다. 또 아직까지 마무리되지 않은 미처리 건수도 400여건에 달했다.

공식 접수된 하자 건수에는 결로로 인한 곰팡이 발생, 바닥재나 마감재 들뜸 등 SH공사 판단으로 경미(?)한 하자는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들 문제까지 포함할 경우 하자 건수는 이보다 훨씬 늘어나게 된다.

상계 장암지구 입주민들은 "아예 참고 사는 집들도 있지만 전 세대의 80% 이상이 2~3번꼴로 보수공사를 치러야 했다"며 "그런 데도 같은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 분통이 터진다"고 입을 모았다.

◆"윗집에서 빨래하면 천정에서 비가와"

서울 마포구 상암지구 한 시프트에 거주하는 A씨는 "윗 집에서 빨래만 하면 천정에서 물이 새고, 하수구가 역류하는 바람에 악취에 시달리고 있다"며 "SH공사 마포관리센터에 수십통의 전화를 했지만 담당자와는 통화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A씨는 또 "SH공사 본사에 직접 민원을 제기한 뒤에야 직원이 나와 확인했는데 아직까지 보수공사를 해주지 않고 있다"며 "다른 집으로 바꿔달라(동호수 변경)고 요구하자 '하수구 역류하면 닦고 살면 되지 왜 전화질이냐'는 기막힌 답변만 들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강일1지구 2단지 한 아파트 복도 벽면. 창문 아래에서 누수가 생기자 실리콘으로 땜질했지만 계속해서 물이 흘러 내린 자국이 선명하다.
재건축 매입형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시프트에 사는 B씨는 "베란다 벽에 균열이 발생해 두차례나 보수공사를 했지만 같은 자리에 또다시 금이가고 있다"며 "베란다 곳곳에 생긴 균열이 점점 커지고, 비만 오면 베란다 내벽에 물이 흘러 내린다"고 말했다.

한 달 전 사전점검을 다녀온 상암2지구 11단지 입주 예정자 C씨는 "지난 달 사전점검 후 최근에 다시 아파트에 들렀었는데 내가 입주할 집의 바닥재가 걷어져 있었고, 거실 벽지는 물을 먹어 잔뜩 부풀어 있었다"며 "분명 어디선가 누수가 일어나고 있는데 시공사가 이를 숨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SH공사 심범준 강남권역 통합관리센터장은 "입주민들은 시프트와 일반아파트에 쓰이는 자재가 다르다고 주장하는 데 이는 잘못된 인식"이라며 "지난 5월부터 강남, 마포 등 8개의 통합관리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데다 주부 모니터 요원들을 배치해 주민들의 불편을 신속히 접수,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못 살겠다" 방 빼려는 입주민 증가

단지 전체가 부실공사로 몸살을 앓다보니 아예 집을 내놓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대부분 단지내 일반분양 입주가구에서 나타난다. 강일1지구 4단지에 거주 중인 D씨는 "잦은 결로와 누수, 거기에 겨울만 되면 추워서 살수가 없어 최근 부동산에 집을 내놨다"고 말했다. 그는 "차라리 일반 아파트 전세로 들어가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 전세집을 알아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일1지구 인근 한 부동산 관계자는 "겨울철이 지나면서 '못살겠다'며 집을 내놓는 입주자들이 늘고 있다"며 "하지만 경기가 안 좋다 보니 거래도 안돼 주민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반포 래미안 시프트에 거주하는 E씨도 "일반 분양 아파트와 같은 마감재를 사용했다고 하는 데 왜 임대주택 입주민만 다들 추워서 못살겠다고 하는 지 모르겠다"며 "겨우내 감기에 고생하던 아이들을 보면서 집에 불을 질러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토로했다. E씨는 이어 "보일러를 고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아 더 이상 살수 없다는 생각에 이사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체간 과당경쟁과 SH공사 감독 소홀이 원인

시프트의 부실공사에 대해 전문가들은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업체간 과당경쟁과 시행기관의 감독소홀도 이같은 부실공사를 양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시프트의 도급 단가가 낮아 수익성이 떨어지는 데다 민간 아파트처럼 시공사의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시공사들이 신경을 덜 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최저가 낙찰제도 시프트의 부실공사를 부채질 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최저가 낙찰제는 가장 낮은 가격의 응찰업체를 시공사로 선정하는 제도다. 시프트가 임대주택인 만큼 좀 더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한 방법이다.

SH공사에 따르면 시프트 17개 단지의 예정가 대비 낙찰률은 65~98% 수준이며, 이 가운데 11개 단지는 85%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시공사들이 공사를 따내기 위해 서울시의 예정가보다 15% 이상 가격을 낮춰 아파트를 지었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프트 건설 업체 가운데 시공능력평가 순위 10대 건설사는 아예 입찰에 참여조차 하지 않는다. 남는 게 없기 때문이다. 

SH공사의 시프트 공급구조는 덤핑수주→부실공사→하자 다발→민원 폭증→이미지 추락 이라는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여기에 최종 피해자는 입주민이 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저가든 최고가든 업계 관행상 수익을 남기려는 시행사와 시공사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업(UP)계약서를 작성해 수익을 내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그러한 구조들이 결국 이 같은 부실시공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윤신 SH공사 서비스지원TF팀장은 "공사가 부실하게 진행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결로현상이 심한 가구에 대해서는 단열재 보수공사를 해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kye30901@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