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성우 기자) 하반기 증권업종의 화두는 사모펀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선진국 자본시장 발전단계상 이제 남은 것은 사모펀드와 투자은행(IB) 부문의 발전이라는 이유에서다.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금융위기를 이유로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완화를 주저하는 동안 헤지펀드 시대 개막을 위한 저변은 더욱 넓어지고 있다.
사모펀드란 100인 이하의 투자자, 증권투자회사법(뮤추얼펀드)에서는 49인 이하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모집하는 펀드를 말한다. 고수익 기업투자펀드라고도 한다. 사모펀드의 운용은 비공개로 투자자들을 모집하여 자산가치가 저평가된 기업에 자본참여를 하게 하여 기업 가치를 높인 다음 기업주식을 되파는 전략을 취한다.
헤지펀드란 100명 미만의 투자가들로부터 개별적으로 자금을 모아 파트너십(partnership)을 결성하고 국제증권 및 외환시장에 투자해 단기이익을 올리는 상품이다.
◆ 투자자문사 신드롬 = 최근 금융위기 속에서도 돋보이는 수익률을 기록한 투자자문사에 자금이 쏠리고 있다. 또한 절대수익을 지향하는 신규 투자자문사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설립된 브레인투자자문은 작년 말 4500억원에 그쳤던 자산규모가 올 3월 현재 7000억원으로 불었다. 신생자문사인 레이크투자자문도 어느새 운용자금 규모가 1000억원을 넘어섰다. 특히 주식형펀드 자금 이탈이 심했던 4월 이후 투자자문사로의 자금 이동현상이 심화되었다. 이는 투자 트렌드의 변화라는 해석까지 낳고 있다.
최근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증권사의 자문형 랩어카운트는 다수의 투자자들로부터 일임계약을 받아 투자자문사의 자문을 통해 운용하는 구조다. 헤지펀드의 가치사슬 마지막 단계부터 유행하는 형국이다. 법적인 문제소지는 없다. 하지만 증권사의 운용이 투자자문사 자문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실제 자금흐름상으로는 공모자금이 일임계약으로 흘러들어가는 형태다.
김희준 동부증권 연구원은 자문형 랩 신드롬에 대해 “시장은 규제를 앞서가고 있고 아시아 지역의 헤지펀드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면서 “금융당국은 여유를 점차 잃어가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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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제를 앞서가는 시장 = 국내 투자자문사는 헤지펀드의 가장 가까운 형태다. ‘모든 투자기법을 동원해 절대 수익률을 추구하는 2%~20% 보수체계 사모펀드가 헤지펀드의 실체적인 정의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물론 제도적인 운용상의 제약과 낮은 성과급을 제외할 때라고 덧붙였다.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이후 헤지펀드 제도 도입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최근 금융위기는 규제당국의 행보를 거북이걸음으로 만들었다. 사모펀드 규제완화를 통해 헤지펀드를 서서히 도입한다는 입장에서 작년 말 적격투자자 사모펀드 제도를 마련했다. 하지만 자본적정성(레버리지) 활용 등 운용 제약이 존재했다.
지난달 28일 개최된 사모펀드 규제체계 선진화 방안 공청회는 운용 규제의 대폭적인 완화를 기대하게 했다.
자본시장 연구원은 “사모적격 일반투자자 개념을 도입하여 자유로운 사모펀드 투자자 영역을 확대하겠다”면서 “판매방식 규제와 펀드 운용자에 대해서도 통제 가능한 등록으로 전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반면 사후보고 의무는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사모펀드와 IB 차례 = 금융위기 이후 자본시장 발전은 가속화되는 경향을 나타낼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는 19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파산 직후 헤지펀드 침체 예상에도 2000년 이후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는 것을 사례로 제시했다. 또한 한국 자본시장도 외환위기 이후 건전한 성장 국면을 지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선진국 자본시장 발전 경로를 살펴보면, 한국 자본시장에서 가장 발전이 더딘 분야는 발행시장과 IB시장이다. 그런데 IB부문 수익은 규모는 작지만 증가속도는 가장 빠르다. 이제는 과거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사모펀드와 IB시대를 진지하게 준비할 때라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김희준 연구원은 “헤지펀드 탄생과 프라임 브로커리지, 회사채 및 사모주식펀드 시장 활성화 등이 전 방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헤지펀드 시대 개막은 증권 산업의 기존 수익원에도 가시적인 성과를 안겨줄 수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란 증권사가 펀드사에 제공하는 펀드 설립, 투자자 모집, 대차거래, 장외파생상품거래, 자산수탁, 결제 서비스를 가리킨다.
조인강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도 "해외엔 헤지펀드 규제 논란이 있으나 국내에서는 등록을 통해 관리 감독하는 등 선진국보다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운용 면에서 투자나 전문 운용영역 범위를 확대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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