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하늘·유희석·이정화 기자) 6·2 지방선거가 여당의 참패로 끝난 후폭풍이 재계에도 불어 닥쳤다. 특히 세종시 투자 계획을 밝힌 기업들은 세종시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원안 고수'를 내세웠던 야당후보들이 충남과 충북, 대전 도지사를 싹쓸이하는 등 이번 선거를 통해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심판이 이뤄진 만큼 정부도 이를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이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가장 속이 타는 기업은 삼성이다. 삼성은 10년간 총 23조4000억 원을 투자해 세종시에 태양전지·자동차용전지·LED·바이오제약·의료기기 등 신수종 단지를 건설키로 했다.
삼성이 세종시 입주를 결정한 사업은 모두 신규 분야다. 신규 사업은 적기 투자 여부에 승패가 갈린다.
하지만 이번 선거 영향으로 세종시 수정안이 표류하게 되면 투자 적기를 놓쳐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아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삼성 관계자는 "내년부터 공장건설이 시작되지 않으면 시장 수요·수급 등에 문제가 발생한다"며 "국회 결정이 빨리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달 18일 정운찬 총리와 만난 김순택 삼성전자 부회장도 "(수정안이 빨리 처리되지 않으면) 대안을 생각할 수 밖에 없다"며 "국회 통과 후에도 법 개정 절차 등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실무 준비를 앞당겨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한화도 속은 타지만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현재 기업이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있겠느냐"며 "세종시 추진은 정부가 시작한 일이니 정부의 방침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한화그룹은 세종시에 1조3270억원을 투자해 태양전지공장, 국방미래연구소 건립 등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본격적인 투자는 오는 2012년부터 시작될 예정이지만 결국 취소된다면 다른 방안을 찾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
웅진과 롯데도 마찬가지.
롯데 관계자는 "연구소를 세울 예정이기 때문에 크게 급한 건 없는 상태"라며 "세종시 수정안 통과에 따라 계획을 세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웅진그룹은 태양광에너지 공장과 그룹 종합연구개발센터를 건설할 계획이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현재 다른 곳을 알아보거나 그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며 "선거에 관계없이 정부가 추진한 정책이기 때문에 일단 기다려보자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세종시 입주에 따른 여러 혜택을 쉽게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개발 가능성을 보고 투자한 건설사들도 불투명한 세종시의 미래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 하고 있다.
세종시에 700억 원 규모의 택지를 매입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세종시 수정안 추진이 사실상 힘들어 진 것 아니냐"며 "사실 건설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고 원안이든 수정안이든 빨리 추진됐으면 한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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