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자치법정 제도 교육적 의미가 크다

의정부시 소재 부용고등학교의 학생자치법정 장면

(아주경제 허경태 기자) "판결을 내리겠습니다. 피고는 앞으로 학생법정의 배심원으로 활동할 것을 선고합니다." 다소 엉뚱한 선고 결과지만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진짜 법정처럼 엄숙하고 진지했다.

지난 4일 경기도 의정부시 소재 부용고등학교에서 열린 2010 제1차 학생자치법정의 한 장면이다. 이 날 재판에는 30여명의 1,2,3학년 재학생들과 지도교사, 그리고 법 교육센터 모니터링 연구원들이 참석해 진지한 법정을 열어갔다.
 
이 날 법정에 선 학생들은 모두 누적점수 20점 이상의 벌점을 받은 학생들로, 부용고는 무단외출 2점, 등교시간 위반1점, 복장규정 위반 1점의 벌점을 주고 있고, 반대로 봉사활동을 하거나 수업에 열심히 참여했을 때는  상점 2점씩을 주는 상벌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10점 이상 누적되면 교내 봉사활동을 20점 이상인때에 학생 자치법정에 서게된다. 

학생 자치법정의 구성도 재미있다. 재판부는 학생자치법정 소속 2학년 학생들이 맡아 검사와 변호사, 판사의 역할을 분담했으며, 배심원들은 지난 법정에서 징계를  받았던 학생들을 포함해 1,2학년 15명이 참여했다.

진행도 한시간 반동안 과벌점 학생들은 검사의 심문과 변호사의 변호를 받고 자유발언을 마친 후 배심원들의 판결을 기다리는 순으로 이어졌다. 이윽고 30분이 지난 후 배심원들의 양형의견을 전달받은 재판부는 벌점 초과 학생들에게  각각 '교장선생님 면담하기', '학부모 생활지도', '반성문', '배심원 활동하기', '일주일동안 피켓들기', '일찍왔습니다 12칸 채우기' 등의 기발하고 교육적인 판결을 했다.

특히 '배심원으로 활동하기'의 경우 배심원이 되어 자신의 잘못과 같은 형태의 피고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게 한다는 취지로 호응도가 매우 높다. 이같은 교육적 취지의 법정 운영은 학생들에게 호응도가 매우 높다, 한 학생은 "선생님께 벌을 받을 때는 억울할 때가 많았는데 나를 잘 이해해주는 친구들에게 변호도 받고, 벌도 받으니 쉽게 수긍이 간다"라고 말했다.

부용고 관계자는 이같은 자치법정제도에 대해 "경미한 교칙위반자들에게 기존에 있었던 선생님들의 일방적인 지도나 훈계 대신, 친구들, 선.후배들이 판단한 긍정적 벌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다"라며, "그동안 교칙 위반에 대해 일방적 처벌만을 받았던 학생들에게 각자 자기 나름대로의 사정과 반성의 기미, 개선 노력을 말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말하고, "학생들의 인권을 지켜주고 감싸주려는 취지의 제도"라고 설명했다.

한편 부용고는 2008년 학생자치법정 시범학교로 지정된 뒤 , 3년간  총 6번의 법정을 열었으며, 이같은 교육과 활동프로그램을 통해  쉽고 재미있게 법질서 의식을 향상 시키는 결과를 얻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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