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또 급발진 추정 사고… 대책 미흡 여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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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6-09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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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형욱 기자)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이 또 급발진 추정 사고를 일으켰다. 하지만 제조사·서비스사 모두 책임을 서로 전가해 소비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벤츠는 지난 2008년 급발진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연이어 터지며 본사 기술진이 한국에 방문하는 등 대책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급발진 추정 사고가 이어진 것은 물론 사후대책 역시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갑자기 급가속… 브레이크 안 들어”= 지난 2005년 벤츠 최고급 모델인 S600을 구입한 최 씨(39.서울 도곡동)는 지난달 31일 서울 도곡동 아카데미스위트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몰던 중 갑작스러운 일을 당했다.

최 씨가 브레이크를 밟는 순간 차가 ‘윙’하는 소리와 동시에 앞으로 튀어나간 것이다. 그는 “브레이크를 끝까지 밟았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 결국 벽을 들이받고서야 차가 멈췄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운전 경력 15년인 그는 “처음에는 페달을 잘못 밟지 않았나 의심해 봤다. 하지만 워낙 좁은 공간이었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지하주차장에 새겨진 스키드 마크.
실제 주차장 커브 구간마다 160㎝, 310㎝의 선명한 타이어 자국(스키드 마크·사진)가 나 있었다. 10m 남짓한 좁은 커브구간이었기 때문에 풀 가속을 하더라도 이 같은 자국이 남기는 힘들다.

주차장 CCTV 영상에서 충돌 전에 브레이크 등이 켜져 있었던 점도 최 씨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또 다른 특징은 급발진과 함께 오른쪽 앞 창이 내려간 점. 전자제어에 오류 가능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주차장 CCTV 영상. 충돌 전에 브레이크 등이 들어와 있다. (CCTV 영상 캡쳐화면)
다행히 비스듬히 들이받았고 거리(직선거리로 약 10여m)가 짧았기 때문에 인명 피해도 없었고 차량 파손은 크지 않았다. 앞쪽 좌측 범퍼와 워셔액 쪽 부분만 파손됐다.

하지만 최 씨는 당시를 회상하면서 아찔해 했다. 그는 “CCTV를 확인해 보니 바로 전까지만 해도 청소하는 아저씨가 있었다. 만일 있었더라면 어떻게 됐을 지 끔찍하다”며 “또 언제 같은 사고가 날 지 몰라 차를 몰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사고 차량 파손 부분.
◆소비자만 전전긍긍… 대책은 없나= 이번 사고를 겪은 최 씨는 사고 후 재발을 우려, 차량을 지상주차장에 방치해 두다가 지난 7일 벤츠코리아에 연락했다.

회사는 가까운 서비스센터(한성자동차)에 입고하라고 했고, 그는 이 말에 따라 8일 차량을 서초동 서비스센터에 입고했다.

하지만 이 곳에서 들은 말은 “급발진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 본사와 얘기하라”고 할 뿐이었다. 현재(10일)도 이 차는 벤츠 서비스센터에 사실상 ‘방치’돼 있다.

최 씨는 “제조사·판매사는 물론 국토부에도 신고했다. 그런데 사고 조사가 이뤄지기는 커녕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고 있을 뿐”이라며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답답해 했다.

사실 벤츠 급발진 추정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8년 7월 E220 디젤 차량이 벽을 들이받은 데 이어 9월에도 S600이 연쇄 추돌을 일으키며 부상자 9명이 발생하며 이슈화 됐다.

벤츠는 급발진 추정 사고가 연이어 터지자 독일 본사에서 기술진이 파견해 관련 리포트를 작성하는 등 대책에 나섰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두 건 모두 소비자 과실이라는 쪽으로 사실상 결론을 내렸다.

이 중 E220 차주였던 조 씨(73)는 그 해 소송을 걸었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 1심에서 차량을 지급하라는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벤츠코리아 측의 항소로 여전히 진행중에 있다.

그 와중에도 벤츠는 지난해 소비자보호원에 2건의 급발진 민원이 접수되기도 했다.

이번에 최 씨도 배상을 받는 게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내에서 급발진으로 인한 배상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소송을 건다고 하더라도 급발진 원인에 대한 규명이 완벽히 이뤄지지 않은 만큼 반드시 이길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은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법정에 갈 경우 CCTV 같은 물증이 참고가 된다"며 "정부는 최근 차량 상태까지 저장하는 블랙박스 도입을 검토하는 등 급발진 사고와 관련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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