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패트롤] KB금융, 정부 아닌 조직이 환호할 회장 뽑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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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6-14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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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국내 최대 금융그룹인 KB금융지주의 차기 회장을 선정하기 위한 작업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15일 3명의 후보를 상대로 인터뷰를 실시하고 이사회에 보고할 최종 후보를 결정한다.

현재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과 이철휘 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 이화언 전 대구은행장이 경합을 벌이고 있지만, 사실상 어 위원장과 이 사장의 2파전으로 좁혀진 양상이다.

둘 중 누가 KB금융의 신임 회장으로 선임되더라도 '관치' 논란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어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2년 후배다. 현 정부 들어 중앙부처 장관과 한국은행 총재 인사가 있을 때마다 하마평에 오를 만큼 대통령의 측근 실세로 평가받고 있는 점이 부담스럽다.

이 사장은 행시 17회로 재무부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은 관료 출신 경영인이다. 이 사장 역시 이 대통령의 측근인 김백준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인척관계(처남)로 관치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중립을 지키고 있다고 강변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는 거의 없다.

KB금융은 정부 지분이 1주도 없는 순수 민간 금융회사다. 회장을 뽑는 과정에서 관치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어 위원장과 이 사장 모두 저마다의 전문성을 앞세워 KB금융을 글로벌 플레이어로 키우겠다는 야심찬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3년 후 회장 임기가 끝나갈 무렵, 정권이 교체돼 있다면 어떨까.

새 정권의 입맛에 맞는 코드 인사가 단행되든지, 관치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회장을 새로 뽑든지 KB금융은 또 한번 내홍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3월 라응찬 회장의 4연임을 결정했다. 일각에서는 장기 집권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기도 하지만, 적어도 조직 구성원과 주주들은 라 회장에 대해 변함없는 신뢰를 보이고 있다.

라 회장이 오랜 기간 CEO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원동력은 조직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조직원들과 비전을 공유해왔기 때문이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지난 1997년 하나은행장을 맡은 후 현재까지 조직을 이끌고 있는 장수 CEO다. 김 회장은 하나은행 창립 멤버로 미니은행이 국내 4대 금융지주회사로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됐다.

최근 월드컵 열기로 전 세계가 뜨겁다.

우리나라의 허정무 국가대표팀 감독은 선수로 월드컵을 경험하고 감독으로 다시 한번 월드컵 무대에 서게 됐다. 아르헨티나의 마라도나 감독이나 브라질의 둥가 감독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성적 부진으로 언론의 질타를 받을 때에도 믿고 지켜줬던 것은 대중도, 축구협회도 아니었다. 과거 대표팀에서의 기여도를 기억하고 현재 함께 호흡하고 있는 선수들이었다.

어 위원장과 이 사장 모두 이를 잊어서는 안 된다. 국내 최대 은행이면서도 가장 늦게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KB금융은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장이 필요하다.

금융맨으로서의 인생에 화려한 방점을 찍기 위해 KB 회장직을 바라는 것이라면 곤란하다.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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