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이변은 없었다. 시장의 예상대로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이 KB금융지주의 차기 회장으로 결정됐다.
9개월 의 공백을 거쳐 새 수장을 맞이한 KB금융은 인수합병(M&A) 등 산적한 현안들을 재추진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향후 행보는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를 전형적인 '관치'로 규정하고 어 위원장이 강조해 온 '메가뱅크' 육성 방안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 금융권 M&A 본격화…우리금융 급부상
공석이었던 KB금융 회장이 결정되면서 그동안 미뤄져 왔던 금융권 재편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어 회장 내정자는 이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제 경쟁력을 갖춘 세계 50위권 은행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은행 대형화를 규제하는) 볼커룰이 적용되기 전에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 내정자가 M&A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천명한 만큼 외환은행과 우리금융지주의 매각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력한 시나리오였던 국민은행 + 외환은행 조합을 대신해 KB금융 + 우리금융 조합이 강력한 대안으로 부상하게 됐다.
KB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해도 세계 50위권에 진입하기는 어렵다. 반면 우리금융 인수에 성공할 경우 자산 650조원 규모의 메가뱅크가 탄생하게 된다.
어 내정자가 외환은행 인수에 부정적인 이유는 자산 규모 때문만이 아니다.
4대 은행 중 가장 늦게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한 KB금융은 경쟁사보다 증권, 카드 등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이 현격하게 떨어진다. 비은행 계열사가 없는 외환은행보다 우리금융 인수에 적극적일 수 밖에 없다.
◆ 야당, "전형적인 관치 인사, 메가뱅크 쉽지 않을 것"
정부가 민영화를 추진 중인 우리금융은 지분 매각 과정에서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할 수 밖에 없다.
벌써부터 야당에서는 이번 인사를 '관치'로 규정하는 한편 메가뱅크 방안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어 내정자의 향후 행보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민주당 박선숙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낙하산을 넘어선 '찍어 누르기'로, 외압이 크게 작용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야당 의원은 "KB금융에서는 정권 실세가 회장으로 오면 좋은 것 아니냐는 분위기도 있는 것 같다"며 "그러나 황영기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힘있는 인사로 온다고 반드시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간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인선이 '관치'로 이뤄졌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어 내정자는 금융회사를 경영해 본 경험도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야당 의원은 "메가뱅크에 대한 반대 여론이 커지고 있다"며 "국내 금융시장에 메가뱅크가 필요한 지 의문을 갖고 있으며 국회 차원에서 정부에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여당 측은 출신보다 능력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 김용태 의원은 "어 내정자는 금융에 밝은 전문가로 잘하리라 믿는다"며 "우리나라 금융 경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어 내정자가 금융지주회사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노조도 반발, 조직통합 이뤄낼까
국민은행 노동조합은 지난 14일 성명서를 내고 어 내정자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노조는 "우리금융과의 합병은 막가파식 구조조정을 자행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이라며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반대 투쟁을 벌이겠다"고 강조했다.
어 내정자가 기존 M&A 전략을 고수할 경우 노조를 설득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기에 조직통합을 이루기도 어려워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 회장 선임 과정에서 일부 임원들이 줄서기에 나섰다는 식의 루머가 횡행할 만큼 조직 통합력이 많이 약화된 상황"이라며 "어 내정자가 조직원들을 설득하면서 통합을 이뤄낼 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gggtttppp@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