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건설산업 탈출구는 없나-2] 공급과잉에 분양 안되고... 분양 되어도 '깡통아파트'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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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6-22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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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수도권서 아파트 매매·분양가 연일 하락 보금자리 과다 공급에 민간주택 기피현상까지 공공 공사 발주량 감소... 건설사 수주 '비상등'

(아주경제 권영은 기자) 건설경기가 깊은 수렁에 빠진채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동안 건설업체의 곶간을 책임졌던 주택사업은 이미 찬밥신세가 된지 오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규 분양시장에서 청약 열기를 높였던 사업장은 손에 꼽을 정도다. 오히려 사고 사업장(미분양·미입주)이 가득하다. 이는 경기침체로 부동산시장의 매수세가 꽁꽁 얼어붙은 데다 정부의 부동산 대출규제 강화로 금융권의 문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또 그동안 건설업계 일감의 한 축을 담당했던 공공 토목공사의 물량이 크게 줄어든 것도 건설산업의 위기탈출을 더디게 하고 있다. 여기에 업체간 과당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도 건설업계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주택시장, 거래 끊기고 미분양 쌓여

22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 및 수도권 곳곳에선 아파트 매매가와 분양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인천 청라, 용인 성복, 서울 뉴타운 등 유망지역에서도 분양권 가격이 폭락해 이른바 '깡통아파트(매매가격이 분양가보다 낮은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한 때 최고 1억원 이상 프리미엄이 붙었던 인천 청라지구 일부 단지도 마이너스 프리미엄으로 고전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재건축 단지들도 맥을 못추고 있다.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최근 정비계획수립에 착수했으나 가격은 올 초보다 1억원 가량 주저앉았다. 102㎡는 현재 8억5000만~8억7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M공인 관계자는 "재건축이 된다 하더라도 언제 될 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실망매물이 쏟아지고 있다"며 "그런데도 매수세는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분양 사태도 심각하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4월말 현재 전국 미분양 주택은 11만409가구로 2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준공 후 미분양도 4만9592가구로 전달보다 1196가구가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업체들이 미분양 단지 가격 하락과 기업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 미분양 가구수를 숨기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미분양 가구수는 실제로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업계의 자금난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부동산시장 불안과 중견건설사의 부도 위기설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지난 달 건설사 체감경기지수도 폭락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에 따르면 5월 CBSI는 전달보다 11포인트 내린 59.5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7월(99.3) 이후 가장 낮은 데다 지난 3월 이후 3개월 연속 하락세다. CBSI는 100을 기준으로 100이하면, 현재 건설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고, 100을 넘으면 그 반대의 의미다.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주택경기는 회복될 기미가 전혀 없는 데다 미분양과 미입주 물량이 쌓여 있는 상황에서 금융권의 건설업체 옥석가리기가 본격화하자 체감경기가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 보금자리주택 과다공급, 건설사 "고사 직전"

보금자리주택이 과다하게 공급되는 것도 건설업계를 옥죄고 있다. 보금자리주택은 향후 3년간 40만 가구가 공급될 예정이어서 민간아파트에 대한 수요자들의 기피현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보금자리주택은 민간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데다 우수한 입지가 많아 민간 분양시장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정부는 보금자리주택과 민간 아파트의 수요층이 다르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 아파트로 내 집을 장만하려던 수요층이 보금자리주택의 대기수요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건설업계의 경쟁력 강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규제와 부동산 가격 하락이 계속되는 한 나올 수 있는 자구책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분양이 속출하고 부동산 대출이 강화돼 자금 순환이 막힌 데다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자산가치마저 떨어지는 상황에서 건설업체가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부채비율을 낮출수 있는 방안을 찾기는 무척 어려운 실정이다.

다른 중견사 관계자는 "업계에서 심심찮게 주고 받는 농담이 '보금자리주택 좀 막아라'는 것"이라면서 "보금자리주택 지구 인근 아파트 시세가 하락하고, 그 주변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민간업체들이 '어렵다, 힘들다'는 얘기들을 많이 하는데 사실상 자구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중단해 달라든지, 금융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요구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 공공공사 물량 급감...과당경쟁으로 수익성 악화

과거 건설업계의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했던 공공공사 발주량 감소로 건설사들의 올해 수주목표 달성에 비상등이 켜졌다. 대형건설사들이 올해 공공공사 수주 목표를 3조원 내외로 설정했지만 현재까지 1조원을 돌파한 건설사가 한 곳도 없는 상태다.

5대 건설사의 올해 공공공사 수주 목표는 총 14조1949억원이지만 이들이 현재까지 수주한 금액은 목표액의 24.6%인 3조4860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기간 공공공사 수주 실적 1조원을 돌파한 건설사가 3개사였고, 연간 기준으로는 15개사 달했던 것에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올들어 현재까지 공공수주 5000억원을 돌파한 건설사도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GS건설, 대림산업, SK건설 등 5개사에 불과하다.

건설사들의 공공수주가 줄어든 것은 공사물량 감소가 가장 큰 탓이다. 올들어 현재까지 공공공사 발주물량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는 없지만 일각에서는 작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형사 한 관계자는 "공공공사 발주물량을 자체 집계한 결과 올해 5월까지의 물량이 작년의 절반도 안 되는 상황"이라며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내년에 나올 공사의 발주일정을 앞당겨 달라고 발주기관에 건의하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업체간 치열한 수주경쟁이 해당 공사의 수익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실제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이 집행한 최저가낙찰제공사의 평균 낙찰가률이 크게 낮아졌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6월17일 현재까지 총 60건의 최저가낙찰제공사 입찰이 집행됐으며 평균 낙찰가률은 예정가격 대비 70.19%에 불과했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최저가공사 평균 낙찰가률이 2006년 67.21%, 2007년 68.31%, 2008년 72.18%, 4대강 사업이 발주된 지난해에는 73.01%로 높아졌다가 올들어 다시 내려 앉았다"면서 "일감 확보를 위해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kye30901@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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