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안 간 ECFA 체결, 한국에 미칠 파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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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6-29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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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과 대만이 체결한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이 이웃나라인 한국에 미치는 파장은 어느 정도일까?

전문가들은 ECFA가 사실상 자유무역협정(FTA)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를 통해 중국과 대만이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동아시아 내 거대한 ‘차이완(China+Taiwan)’시장의 출현은 한국 경제에 새로운 도전을 안겨주었다.

특히 IMF 위기 이후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삼성·LG 등 글로벌 브랜드 강화를 통해 대만 경제를 크게 앞질러 온 한국이 양안 간 ECFA 체결로 또다시 대만에 뒤쳐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 대만제품 경쟁력 강화되나

ECFA가 공식 발효되면 대만의 총 539개 품목 중 108개는 중국시장에서 즉시 무관세 혜택을, 나머지는 2년 간 세 단계에 걸쳐 관세가 점차 낮춰진 뒤 무관세 혜택을 보게 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지난해 관련 품목의 수출액은 대만이 138억3000만 달러에 달했다”면서 “무관세가 적용되면 대만은 13억 달러의 관세를 절약하는 효과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과 대만은 중국과의 교역에 있어서 유사성이 많은 만큼 한국 기업의 수출에는 비상이 걸렸다.

그 동안 한국과 대만은 전기전자 및 기계산업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한국무역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한국과 대만의 대중(對中) 수출 상위 20개 품목 중 중복되는 품목이 14개에 달한다. 이는 우리의 대중국 수출의 약 60%를 차지한다.

특히 무관세 품목 중에서도 유기화합물·플라스틱 제품 등 대만과 경쟁이 치열한 한국의 석유화학 제품은 가격경쟁력 면에서 커다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후중잉(胡仲英)대만 경제건설위원회 부주임위원은 “지금이 바로 대만이 한국을 따라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하면서 “특히 삼성 LG에 뒤쳐져왔던 D램·디스플레이 등 산업이 양안간 ECFA 체결을 통해 중국 시장에서 한국기업이 부러워할 만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서가람 지식경제부 FTA팀장은 "중국과 대만이 ECFA를 통해 관세 인하 품목을 점점 늘리면 수출 품목이 겹치는 한국은 결국 불리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ECFA가 발효되면 직접적으로 교역비용이 줄어드는 대만의 경우 훨씬 든든한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하지만 중소기업 중심인 대만과 달리 대기업 중심인 한국의 핵심상품의 경우에는 최첨단기술 개발을 통해 타격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한중 FTA 체결 서두르나

한국과 대만은 대중 수출 품목이 상당 부분 겹치는 만큼 대만 제품이 무관세 혜택을 받게 되면 자연히 한국 제품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최근 한국에서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한중 FTA 추진을 미룬다면 세계 최대시장인 중국시장을 대만에 빼앗길 수 있기 때문에 한중 FTA를 통해 중국 내 한국산 제품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과 중국은 지난 4월30일 한중 정상회담을 갖고 한중 FTA 추진을 위한 산·관·학 공동연구를 빠른 시일 내 마무리하기로 합의했다. 이어 지난 5월에는 양해각서를 체결해 한중 FTA 관련 산·관·학 공동연구를 종료했다.

다만 양국 정부는 공식적인 FTA 협상에 앞서 각자에게 가장 민감한 사안에 대해 추가로 의견을 교환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논의된 내용은 모두 원론적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앞으로 한중FTA 체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뿐만 아니라 한중 FTA에 대한 충분한 여론 수렴도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농업 분야에서는 중국산 농산물이 한국 시장에 개방되면서 가져올 충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또한 제조업 분야에서는 업종에 따라 찬반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한중 FTA를 지지하는 석유화학· 자동차·전자 등 중공업계와는 달리 섬유나 의류업종의 경우 한중 FTA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한중 FTA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놓여있는 만큼 이해득실을 면밀히 따져서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ECFA가 한중 FTA 체결에 촉진제 역할을 하게 되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박한진 코트라 베이징 코리아비즈니스센터 부장도 “이번 ECFA 체결은 한중 FTA 추진에 큰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도 “대만 내 관련부처의 승인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ECFA의 실질적인 시행 시기는 상당히 늦어질 것”이라면서 “한중 FTA를 조속히 추진해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 하는 게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즉, 양안간 ECFA 체결이 우리 산업과 대중국 수출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엄밀히 분석하고, 이를 한중 FTA 추진전략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baeins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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