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방영덕 기자) 농협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과도하게 늘려 서민금융기관의 본분을 잊은채 단기 수익 창출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PF 대출 연체율이 다른 시중은행을 크게 웃돌아 리스크 관리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현재 농협의 PF 대출 잔액은 8조5000억원을 기록 중이다.
이는 우리은행(9조3000억원)과 국민은행(9조1800억원)에 이어 업계 3위 수준으로 신한은행(6조7000억원)이나 하나은행(2조9000억원) 등 대형 시중은행을 압도하는 금액이다.
은행권 전체 PF 대출 잔액(47조9000억원)의 18%에 해당하는 수치다.
농협은 지난 2001년 PF 대출을 취급하기 시작한 이래 대출 잔액을 꾸준히 늘려오고 있다.
농협의 PF 대출 잔액은 지난 2004년 5704억원에서 2005년 2조4045억원, 2006년 3조5432억원, 2007년 6조8648억원, 2008년 9조3919억원 등으로 증가세를 이어왔다.
지난해 6월 말 9조4833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당국의 PF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잔액이 소폭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업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영록 민주당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2006년 당시 1000개 이상의 건설사가 도산하고 있는 와중에도 부동산 PF 대출을 지속적으로 늘린 것은 농협의 자산운용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라며 "이익을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나치게 투기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 2008~2009년 농협이 PF 대출을 제공한 건설사 중 부도가 나거나 도산한 업체는 우정건설, 신구건설, 메가건설 등 9곳에 이른다.
이들 업체의 대출 잔액은 6643억원으로 피해액만 1615억원에 달한다.
업계 평균보다 훨씬 높은 연체율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농협의 PF 대출 연체율은 2.87%을 기록해 은행권 평균 연체율(1.67%)을 웃돌았다.
1분기 말 기준 농협의 연체율은 4%대로 은행권 평균인 2.90%보다 1%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은행마다 자산을 재평가하고 조정하는 과정에서 연체율도 변동할 수 있다"면서도 "농협이 다른 시중은행보다 연체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높은 연체율로 인해 농협의 PF 대출이 부실화할 경우 애꿎은 농민들만 피해를 볼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PF 대출을 과도하게 늘리는 것은 농민들이 출자해 설립한 농협의 본분을 잊은 행동"이라며 "농민들에게 혜택을 돌려주기는 커녕 손실을 떠안겨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익성이 높은 부동산 PF 사업에 투자한 것을 비판할 수는 없지만 농협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도의적인 책임은 물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협 관계자는 "한번이라도 이자를 내지 않으면 모두 연체로 분류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며 "고정이하여신비율은 다른 시중은행과 비슷한 4~5%대를 유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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