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연호하는 수만명의 시민들이 광장을 붉은 물결로 수놓았다. 새벽 3시 30분인데도 붉은악마들의 눈빛은 초롱초롱 빛났다. 집은 경기도지만 아예 출근준비를 해서 나왔다는 직장인들. 혹은 휴가를 냈다는 사람까지.
하지만 이날 광장을 차지한 대부분의 붉은악마들은 바로 대학생과 오늘날의 '청년백수'들이었다. 16강 진출을 위해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치며 태극전사들을 응원하는 그들.
그들은 월드컵 기간 내내 축구팬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 시선을 끌었다. 저마다 얼굴과 몸에 독특한 분장을 하거나 개성넘치는 패션을 뽐냈다. 음악 공연부터 힙합 댄스까지, 그들의 얼굴에는 걱정이나 근심 따위는 찾아 볼 수 없었다.
그야말로 월드컵은 청년백수들이 실로 오랜만에 젊음을 만끽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남녀노소,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월드컵 응원을 함께 하는 순간, 그들은 모두 '하나'가 됐다.
청년백수가 많은 시대다보니 이색적인 장면도 연출됐다. 생수, 응원도구, 붉은티셔츠 등을 팔아 용돈이라도 벌어볼려는 젊은이들이 등장한 것. 월드컵 축제기간이다 보니 즐거운 마음으로 팔았겠지만, 왠지 청년백수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했다.
청년층 실업자 수 27만 시대. 최근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들어 경기회복세와 함께 취업자수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통계와 현실의 괴리는 이미 오래된 얘기다. 취업을 아예 포기하거나 아르바이트로 살아가는 프리터족까지 합치면 비공식 실업률은 더 높다.
오랜만에 밖에 나와 친구들과 함께 맘편히 웃으며 즐겼다는 그들. 그들이 외친 '대~한민국'은 바로 "우리 여기 살아있소"라는 '존재 증명'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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