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창조 프로젝트 성공시켜 세계시장에 진출"

  • ■포커스-이재웅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이재웅(58·사진)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한콘진) 원장이 취임한지 1년이 지났다. 한콘진은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따라 기존 5개 콘텐츠 관련 기관이 통합되면서 지난해 6월 출범했다. 따라서 초대 원장인 그에게 '부서 간 통합'은 당면 과제였다. 방송, 영상, 게임,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분야의 목소리를 한번에 수렴한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이 원장은 해외 시장 개척만이 '만병통치약'이라고 말한다. 거점전략시장 진출만이 콘텐츠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결하는 열쇠라는 것이다. 이 원장은 지난 2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콘진 사옥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현재 추진하고 있는 콘텐츠 사업과 미국과 중국 등 해외 시장 진출 계획에 대해 자세히 밝혔다.

   
 
 
-"취임 1주년을 맞은 소회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사업화하고 통합 진흥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좌표를 정하는 등 정신없이 보냈습니다. 원내 업무처리 과정을 효율화하기 위해 애를 썼죠. 하지만 아직도 가야할 길은 멉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변화는 무척 빠른데 비해 콘텐츠 업계는 아직도 고질적 관행에 의해 움직이는 것들이 많습니다. 전반적으로는 콘텐츠 업계의 규모 자체를 키우는데 힘써왔습니다."

- "취임때부터 일관성있게 스토리의 중요성을 강조해오셨는데, 신화창조 프로젝트(=해리포터 프로젝트)의 취지는 무엇인지요."

"해리포터를 쓴 조앤롤링은 저작권료를 포함해 1조원을 벌어들였죠. 부가가치까지 포함하면 300조가 넘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스토리텔링은 단순히 글만 쓰는 작업이 아닙니다. 이를 사업화해 작가들이 글만 써도 먹고 살 수 있는 풍토를 만들고 싶어요. 특히 총 상금 4억 5000만원이 걸린 대한민국스토리공모전은 신화창조 프로젝트를 위한 대표적인 사업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혼자서 완성한 시나리오가 아닙니다. 작품이 선정되면 해당 작가와 함께 작가를 지원하는 팀을 구성해 공동창작을 할 계획입니다. 영화제작사, 드라마, 애니메이션, 공연 등 여러형태로 응용할 수 있는 스토리를 원합니다."

- "미국과 중국 등 해외시장개척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하셨는데."

"국내 콘텐츠 시장은 너무나 작습니다. 전세계 콘텐츠 시장과 비교하면 고작 2%를 넘기는 수준이죠. 미국 시장에서 메이저 회사들이 배급을 해야 전세계에서 통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작품이 세계화하는데 가장 큰 장벽은 바로 언어입니다. 특히 영상 자막들은 일반 번역과는 달리 그 나라의 현지 실상을 제대로 알아야 이른바 '감'을 잘 살릴 수 있습니다. 그림은 미국인데, 언어도 '미국화'가 되지 않으면 미국인 정서로 받아들여지지 않죠. 따라서 올해 15명 정도 콘텐츠 전문 번역사를 양성할 계획입니다."

- "해리포터 이외에 아바타와 장보고 프로젝트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죠."

"네. 아바타라는 영화가 준 충격이 매우 컸기 때문에 처음에는 3D등 기술 자체를 업그레이드하는데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뇌공학, 인지공학, 감성공학, 사회심리학, 인문사회학적 연구와 색채미술학 등을 아울러서 영상제작기술에 반영할 계획입니다. 장보고 프로젝트는 중국 시장을 거점으로 진출하겠다는 전략입니다. 한류를 통해 대한민국 국가 브랜드가 높아졌지만 콘텐츠 업계 자체의 발전보다는 오히려 자동차와 전자산업 쪽에 기여한 바가 크죠. 중국은 우리와 가까울 뿐만 아니라 13억 인구를 가진 대국입니다. 미국과 차별화한 전략으로 중국시장을 공략할겁니다."

- "물론 콘텐츠 생산 자체도 주력해야 할 부분이지만 세일즈(Sales)에도 전략이 필요하지 않나요."

"현재 해외 제작사와 함께 공동제작을 통해 해당 국가로 진출할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특히 로스앤젤레스에(LA)에 홍보대행사를 설립하고 국내 콘텐츠 홍보에 힘을 쏟을 생각입니다. 현재 사업자 선정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거점인 미국도 우리나라처럼 전부 인맥, 네트워킹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미국 현지에서 '코리아 프랜들리'를 확대하고 관리할 팀이 필요합니다. 또 최근 중국 고위 관료들을 계속해서 만나고 있습니다. 문화 콘텐츠 유통 전반을 관장하고 있는 문화부 제1차관과 출판 총서 서장(장관급)등과 교류하고 있죠. 중국은 문화적 콘텐츠가 풍부한 나라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공동제작을 통해 세계시장에 나갈 수 있습니다."

- "최근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분야에서도 진흥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요."

"현재 아이패드, 에스패드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콘텐츠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진흥원은 콘텐츠 뿐만 아니라 앞으로 어떤 형태의 플랫폼이 생겨날 것인가에 대한 연구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모든 정보는 스토리 구조화돼야 합니다.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가 재정난에 빠졌다가 다시 일어서는데는 바로 '스토리텔링'의 힘이 컸죠. 공장 안에서 문제가 생기면, 직원이 이를 즉시 타이핑합니다. 그러면 생산라인 위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다른 직원으로부터 솔루션을 들을 수 있죠, 그게 바로 '지식 전파'입니다. 매뉴얼화 돼 있는 과학적 지식이 아니라 이야기를 통한 대화말입니다.

- "게임산업진흥원이 통합되면서 지원이 줄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앞으로 규제 방향도 궁금합니다."

"지원금이 줄고 있다는 얘기는 저도 들었습니다만 실제로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게임은 인간이  가장 본능적으로,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는 장르입니다. 부작용을 예방하는 대책을 마련하는 등 게임은 사후규제로 가는게 맞습니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식의 행정은 피해야 합니다. 게임 관련 규제는 젊은이들이 상상력을 키워나가는데 장애가 됩니다. 또 온라인 게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게임은 다음세대의 먹거리가 되고, 앞으로 세계 산업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겁니다."

- "마지막으로 콘텐츠 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이 있다면."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투자가 안 된다는 것입니다. 콘텐츠 산업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낮고 IT산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매우 큽니다. 미국의 픽사(Pixar)는 영화 10개 만들면 10개 다 성공하죠. 정부자금을 가지고 모태펀드를 만들었는데 이것도 잘 안됐습니다. 정부산하 기관이 위험 부담을 감수해줘야 합니다. 완성보증제도(문화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정부기관이 보증서를 발급하고, 해당 콘텐츠의 완성 후 판매 대금으로 대출금을 상환할 수 있도록 한 것)가 좋은 예지만, 수익이 났을 경우 투자자가 일순위는 아닙니다. 콘텐츠 시장에 적극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정부가 나서서 조성해야 합니다."

△이재웅 원장은..
-1953년 출생
-1983년 연세대학교 행정학 학사 졸업
-1993년 연세대학교 일반대학원 행정학 석·박사 졸업
-2001~2004년 동의대학교 영상정보대학원 원장
-2004~2008년 국회의원(문화관광위원)
-1988~2009년 동의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2009년 4월 한국콘텐츠진흥원 초대 원장 취임

mihole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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