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준성 기자)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미국, 유럽연합(EU)의 경쟁당국과 함께 전세계 21개 항공사에 '국제카르텔에 의한 가격담합'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한 사건에 대해 사상 처음으로 '소비자 집단소송'이 제기된다.
또 사상 최대인 6689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된 국내 'LPG(액화석유가스) 가격 담합' 사건에 대해서도 소비자인 일반 국민의 집단소송이 제기된다.
특히 이번 항공사 국제카르텔 담합 사건은 우리 경쟁당국이 세계 최초로 정식 심판절차를 거쳐 일괄 처벌한 대규모 사건으로 주목받았던데다 이번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되면 첫 소비자 집단소송으로 기록될 전망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하지만 국내 집단소송제도는 2005년 1월1일부터 증권분야에서만 인정되고 있어 국제카르텔 가격담합 사건에 대한 소비자 집단소송이 법적 구제를 받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6일 법조계와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5월27일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을 포함해 항공화물 운임을 담합한 16개국 21개 항공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천200억원을 부과한 사건에 대해 소비자격인 항공운송업체가 소비자 집단소송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법인 정륜 소속 이대순 변호사는 이날 "담합을 자진신고한 항공사에 대해 공정위가 과징금을 경감하는 등 예상보다 징계 수위가 낮은데다 항공사의 담합으로 소비자인 화물운송업체가 막대한 피해를 입은 만큼 이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조만간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21개 항공사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곳은 부산 소재 화물운송업체인 `TCE㈜' 등 2개 업체로 이들외에 소비자 집단소송을 낼 수 있는 원고를 `모집'하고 있다고 이 변호사는 전했다.
특히 이 변호사는 "무역협회 소속 `화주협회'가 이번 담합사건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협회 소속 업체들과 공동으로 소송을 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공정위는 "가격담합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은 소비자들이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법적 장치"라며 "담합 행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축적한 자료 등을 협조 차원에서 원고측에 전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12월 공정위로부터 담합 혐의로 사상 최대인 6천689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된 LPG 담합 사건에 대해서도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와 일반인 27명을 원고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제기될 예정이다.
이 사건을 맡은 법무법인 한누리 소속 나순철 변호사는 "이번주내로 원고 모집을 모두 마친 뒤 늦어도 이달말께 소비자 집단소송을 내겠다"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가격담합 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한 하청업체들이 담합업자를 상대로 '구상권' 성격의 손해배상 소송을 낸 적은 있으나 일반 소비자(업체)들이 소송을 내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집단소송 관련 법규는 주가 조작이나 분식 회계, 허위 공시 등으로 기업이 투자자에게 피해를 줬을 때 (일부)투자자 집단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면 나머지 투자자도 구제받도록 정하고 있지만, 증권외 다른 분야의 집단소송에 대해선 규정이 없어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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