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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 미루고‥입주 포기‥부동산 대란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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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7-19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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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영배 기자) 건설사들이 미분양 미입주라는 '이중고'에 허덕이고 있다. 분양은 안되고 준공 아파트는 입주자가 없어 텅 비어 있다.

당초 예정된 분양일정을 뒤로 미루는 건설사들도 늘고 있다. 분양을 해봐야 미분양이 나오는데 굳이 분양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최근 기준금리가 인상되면서 그동안 청약을 준비해왔던 예비청약자들이 청약을 미루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 안되는 분양...차라리 뒤로 미루자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인천 송도신도시에서 분양을 준비 중인 포스코건설은 아직도 분양일정을 확정짓지 못하고 계속 뒤로 미루고 있다. 포스코건설이 준비하고 있는 분양예정 물량은 3공구 1654가구와 1공구 2167가구 등이다.

송도신도시는 그 동안 '청약 불패' 신화를 만들어낼 정도로 어려운 분양시장에서도 선전했던 곳이지만 지금은 성공 분양을 자신할 수 없을 정도로 시장 환경이 악화된 것이다.

청라지구와 영종하늘도시 등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가 분양되면서 공급 과잉 논란이 송도신도시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건설은 올해 계획했던 충남 당진 송악에서의 분양 일정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총 792가구의 많지 않은 물량이지만 미분양 부담 때문에 차라리 분양일정을 내년으로 연기했다.

대우건설도 오는 10월 김포한강신도시에서 1765가구를 분양하려던 계획을 바꿔 내년으로 미뤘다.

현대산업개발은 경기 용인시 성복동에서 351가구를 분양하려던 계획을 변경했다. 용인 성복지구 일대에 신규 입주물량이 쏟아지고 있지만 입주율이 극히 저조한 데다 가격마저 하락하면서 분양성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연초 김포한강신도시 3블록에서 분양예정이었던 1205가구도 9월로 일정을 미룬 상태다.

SK건설도 3분기 경기도 화성시에서 2600가구를 분양할 계획이었지만 분양 일정을 확정 짓지 못하고 있다.

한화건설은 인천 에코메트로 연립주택 231가구를 상반기에 분양할 예정이었지만 역시 분양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또 용인 상현동 556가구와 김포 풍무지구 2620가구도 하반기 분양 계획이었지만 내년으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호건설도 지난달 예정했던 안양시 호계동 금호어울림 아파트 136가구를 8월 이후로 연기했고 대림산업도 10월 예정했던 용인 마북리 2차 e편한세상 아파트 110가구 분양을 뒤로 미뤘다.

하반기 7개 사업장에서 분양할 계획인 LIG건설도 서울 사당동 재건축 사업장(452가구)과 김포 한강신도시(1098가구) 등 세 곳만 분양 일정을 확정한 상태다.

분양시장 환경이 악화되면서 서울 재개발·재건축 분양도 덩달아 주춤거리고 있다.

서울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은 대부분 도심에 있어 기반설이 잘 돼 있고 일반 분양 물량이 많지 않아 미분양 위험이 별로 없는 편이다. 그럼에도 분양일정이 자꾸 늦춰지고 있는 것은 당초 예상했던 수준의 분양가로는 자칫 미분양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집값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분양사업장 인근의 아파트 시세도 많이 내려 당초 예정했던 분양가로는 미분양 위험성이 나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삼성물산이 7월 분양할 예정이었던 성동구 금호동과 옥수동 등 재개발사업 일반 분양시기가 뒤로 미뤼진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 입주를 해야 잔금이 들어오는데

건설사들이 분양보다 더 힘들어 하는 것은 낮은 입주율이다. 건설사들은 금융위기 이후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계약금 비중을 줄이고 대신 잔금 비중을 높이는 마케팅 전략을 써 왔다.

하지만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이 것이 오히려 부담이 되고 있다. 나아진 조건을 이용해 계약을 했지만 막상 입주 시점이 다가와서 문제가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입주 지연은 곧 계약자들이 지불해야 할 잔금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잔금비중이 보통 총 분양가의 30%를 넘는 것을 감안하면 건설사 입장에서는 여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건설사들이 최근 신규 분양 못지않게 입주율을 높이기 위한 '입주 마케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주택 시장이 장기적으로 불황의 늪에 빠져들면서 분양시장 침체→주택가격(분양권) 약세→입주 포기(지연)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고 있고 건설사들도 어려움에 처하고 있다.

아파트 입주예정자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입주일은 다가오는데 살던 집이 팔리지 않아 새 집으로 이사 갈 수도 없고 계약을 포기하자니 위약금 등 비용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입주 예정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카페)를 구성해 집단 계약 해지를 요구하거나 입주거부 등의 의사를 밝히면서 건설사들에 새로운 조건을 요구하고 있지만 양 측의 입장이 커 분쟁으로 치닫는 사례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인천 청라지구나 영종지구 같은 경우 분양 당시만 해도 '청약 불패' 신화를 낳았지만 막상 입주시점에 이르러서는 낮은 입주율로 고생하고 있다"며 "특히 대형 평형의 입주율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입주율이 저조한 이유로 급감한 주택거래와 당초 실수요가 아닌 투자목적의 청약이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기존 주택이 팔려야 그 돈을 가지고 잔금을 내고 새 아파트로 이사를 하는데 거래가 되지 않다보니 입주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 등 정부의 미분양 대책도 입주시점에서는 부담이 되고 있다. 정부의 당근(?) 정책에 힘입어 투자목적으로 청약했던 사람들이 집(분양권)을 내놓고 있지만 거래가 안되고 있다. 또 임대수요도 별로 없어 집을 비워놓을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이 때문에 건설사들은 잔금 납입 기일을 늘려주거나 중도금 대출 이자 대납 등의 파격적인 입주 마케팅으로 한 가구라도 더 입주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형편은 그리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함 실장은 "청라나 영종지구 등 신규 택지개발지구에서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투자목적으로 구입했던 청약자들이 금융비용을 견디지 못해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처분하려는 물건이 나오기 때문"이라며 "낮은 입주율은 계약자나 건설사 모두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young@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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