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미술과 사랑에 빠졌다.
작가와 작품에 대한 지식은 이미 전문가 수준을 넘어섰다. 또 자신만의 트렌드와 성향을 구축해 관련 작품만 수집하는 CEO도 상당수다.
CEO들이 예술가 혹은 작품을 활용해 기업과 제품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지난 19일 디갤러리 강남점에서 열린 '제2회 CEO 소장품展'에 참가한 CEO와 유명 인사들이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작품 설명을 듣고 있다. |
사실 미술계에 CEO가 키워드로 떠오른 건 최근의 일은 아니다. 4~5년전부터 '아트 비즈니스' 사업 모델이 확산되면서 CEO들은 미술계의 중심에 섰다.
이들은 미술을 통해 기업 문화를 조성하고 직원들의 창의성과 업무 효율을 높이는 등 경영 업그레이드에 성공했다.
이는 반대로 미술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른바 '오피니언 리더'들의 행보가 미술시장의 저변확대에 기여한 것.
실제로 지난 지난 19일 서울 강남의 디갤러리에서 열린 CEO소장품 전시회는 'CEO들의 미술사랑'을 한눈에 느낄 수 있었던 자리였다.
이번 전시회에는 미술애호가로 유명한 오세훈 서울 시장,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과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조한익 코트라 사장 등 거물급 CEO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각자 소장하고 있는 크리스토의 '더 게이츠(The Gates)'와 아르망 페르난데스, 매튜 스몰 등 해외 작가의 작품과 권옥연·유선태·반미령 등 국내작가의 작품을 출품했다.
CEO들의 자선 경매도 즉석에서 열렸다. 강덕수 STX 회장은 문경 주병 아연결정도자기를,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부회장은 강진도자기를 내놨다.
이날 전시에 참석한 조한익 코트라 사장은 "미술은 회사를 경영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며 "하지만 그럼을 직접 보러다니면서 화풍이나 색채등을 공부하고 있다. 미술 자체에 엄청난 흥미를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자신이 아끼는 미술품을 공개하고 일반인들과 함께 하려는 CEO들의 행보가 미술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사실 매우 크다.
한 예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숲을 그리는 화가로 유명한 도성욱(1971~)의 작품이 마음에 들어 자신의 별장에 걸어놓은 적이 있다.
이를 본 삼성그룹 임원들과 별장을 방문한 인사들은 화가 도성욱을 조명하기 시작했고, 이후 그의 작품은 연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마치 '나비효과' 처럼 오피니언 리더의 행동 하나가 이처럼 미술시장의 저변 확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윤섭 미술경영연구소 소장은 "이른바 큰 손이라고 불리는 컬렉터들이 작품을 사랑하고 구입해줘야 미술시장에도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이 분다"며 "미술작품을 자기 몸처럼 사랑하고 아끼는 CEO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mihole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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