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조달의 시대 (上)] 못 믿을 은행, 채권·증권이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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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7-3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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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기업의 자금조달 환경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기업의 주요 자금 공급원이던 은행들은 리스크 관리라는 이유로 기업 대출에 인색해졌다.

금융독당국도 예대율 규제, 외화건전성 규제, 부실채권 비율 등을 강화하며 은행 건전성 제고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당국의 은행 살리기는 기업의 목을 조르는 결과를 낳고 있다. 자금 사정이 악화된 기업들은 새로운 생존 전략을 강구해야 했다.

기업들이 눈을 돌린 곳은 직접 자금조달 시장으로 채권·주식 등을 통한 자금 조달이 대세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하지만 시장 규모가 크지 않고 그나마도 대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또 투자 주체가 지나치게 국내 투자자에 국한돼 있는 점도 문제다. 앞으로 2회에 걸쳐 국내 직접 자금조달 시장의 현황과 문제점, 과제 등을 짚어본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예대율과 부실채권 비율을 낮추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다. 그러나 은행의 수익성 악화를 초래하고 기업의 자금난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기업들은 새 자금줄을 확보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과거처럼 은행의 퍼주기식 대출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전체 자금 중 98%를 은행에 의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경우 근본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정윤 기업은행 경제연구소 팀장은 "국내 중소기업 대출은 구조조정 없이 급격하게 늘어났다"며 "은행 대출에 대한 기업들의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의 자금 수급처가 은행에서 채권·주식시장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직접금융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총 126조5566억원으로 전년의 113조8천195억원보다 11.2% 증가했다.

마크 뱀포드 바클레이즈캐피탈 글로벌 채권부 대표는 최근 파이낸셜 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기업들의 자금조달 방식이 은행 대출에서 자본시장을 통한 직접금융으로 구조적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직접조달의 경우 비용이 적게 들고 안정적인 자금조달이 가능하다. 또 시장의 공정한 평가를 통해 가격 및 수급 환경이 결정되기 때문에 합리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직접조달을 통한 자금공급이 대기업에 너무 집중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A등급 이상 일반회사채 발행은 42조6503억원으로 신용등급이 부여된 무보증 일반회사채 발행(47조3688억원)의 90.0%를 차지했다.

A등급 이상 우량 일반회사채의 발행 비중은 지난 2007년 77%에서 2008년 88%, 지난해 90%로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이에 비해 BBB등급 이하 일반회사채 발행 비중은 2007년 6%에서 2008년 3%, 지난해 2%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채권발행에 나서도 투자자 부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결국 자산유동화증권(ABS)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다.

최근 현대산업개발이 투자자 모집에 실패해 채권발행을 취소하고, 아시아나항공와 동부건설이 장래매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각각 3000억원, 540억원어치의 ABS를 발행한 게 대표적인 예다.

또 해외투자자의 채권 투자가 지나치게 저조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국내채권에 투자하는 해외투자자의 경우 90% 이상이 국고채에 투자하기 때문에 일반 회사채 투자는 저조하다"고 말했다.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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