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근 사장은 26일 본지 기자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공기업은 민간업체와 달리 수익과 공익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아주경제 권영은 기자) "흔히 공기업을 빗대 '철밥통', '신의 직장'이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인식은 민간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처지는 장애요인이 됩니다. SH공사는 선의의 경쟁으로 효율적인 조직 운영을 위해 새로운 인사 시스템인 'SH 나비(Navi) 인사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SH공사 사상 첫 민간건설업체 출신 CEO'. 취임 16개월 째를 맞은 유민근 사장(55)은 공기업 역사상 가장 강력한 인사 개혁의 주자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런 그가 몸소 체험한 공기업은 무엇일까. 또 역점사업은 무엇인지, 26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SH공사에서 유 사장을 만나 직접 얘기를 들었다.
◆ 2단계 강력한 인사개혁 드라이브
그는 "민간기업의 기업 구조는 단순하다"고 말했다. '수익 창출 극대화'를 생각하고 조직을 이끌어가면 된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공기업은 다르다는 것이 경험에서 나온 결론이다.
유 사장은 "누구나 공기업에 입사했다면 '놀면서 월급을 받는다'는 인식을 갖기 마련이지만 실상은 굉장히 복잡한 프로세스 안에서 수익과 공익을 함께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민간기업보다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른 조직문화도 바뀌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유 사장은 취임 직후 공기업의 연공 서열식 인사구조를 무너뜨린 파격인사를 단행하는 등 보수적인 공기업 문화에 민간의 효율성을 접목시키는 데 힘을 기울였다.
유 사장은 지난해 6월 1단계 인사쇄신을 단행한 데 이어 지난 5월 2단계로 본부평가시스템, 간부자격 사전예고제, 간부보직 상시순환제, 핵심전문가 양성과정 등 총 4가지로 구성된 나비 인사시스템을 도입했다.
본부평가시스템은 본부장 책임경영체제를 강화한 것으로 올해 상반기에 실시한 본부평가를 바탕으로 인사와 연봉에 반영한다. 간부자격 사전예고제는 주요 보직 간부를 발탁할 때 평가방식·자격 등을 사전에 예고하는 제도로 간부직 승진을 원하는 직원에게 사전 준비가 가능토록 한 것이다.
간부보직 상시순환제(SH-프리미어리그) 인사시스템을 통해 간부직원 중 평가결과 하위평가자는 팀원으로 강등하고, 결원 간부직에는 우수한 팀원을 새로 발탁하는 간부직 상시순환 시스템을 운영한다. 평가는 직원다면평가, 본부장평가, 최고경영자(CEO) 평가 등 3단계로 실시된다. 이 밖에 전문성 강화를 위해 핵심보직에 대해서는 전문가 양성 과정을 도입했다.
유 사장은 "2단계 인사쇄신에 따라 민간기업 못지않은 조직경쟁력을 갖추게 됐다"면서 "앞으로 조직구성원의 진로 제시와 경쟁력 강화를 위한 나침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민근 사장(왼쪽)이 서울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에서 입점예정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유 사장은 지난해 8월부터 지난 6월까지 오후 시간을 모두 가든파이브 현장에서 보냈을 정도로 열정을 쏟았다. |
◆ "가든파이브 성공 프로젝트"
유 사장은 계약률 및 입주율 저조로 개장이 네 차례나 늦어졌던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에 대해 "내 생각엔 성공작"이라고 자평했다.
그의 '성공'에 대한 평가에는 가든파이브의 활성화가 밑거름이 됐다. 사업 초기부터 온갖 파열음을 겪으면서 청계천 상인 유치에 번번히 실패했던 가든파이브지만 개장 이후 이 곳을 찾는 사람이 하루 1만여명에 육박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상권이 형성되고 있다.
유 사장은 "부임 당시 가든파이브의 상황은 심각했다"며 "개장 전까지 매일 오후를 현장에서 보낼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고, 개장일까지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2008년 12월부터 시작돼 지난해 8월까지 4차례에 걸쳐 진행된 청계천 상인 대상 특별분양에서 전체 계약률은 30%를 채우지 못했다.
상가 활성화를 위해 상인들을 설득하길 수백차례. 유 사장은 "내 역량의 70%를 가든파이브에 쏟아 부었다"며 "그런 와중에 청계천 상인회 측에서 대형시설 유치를 제안해 왔고, 그 때 개인적으로나 공사 차원에서 가장 큰 난관에 부딪히게 됐다"고 말했다.
당초 청계천 상인들을 위해 조성된 대형 유통상가였던 만큼 본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기 때문이다.
유 사장은 그러나 "언제까지 과거에 얽매일 순 없었다"고 말한다. 가든파이브의 태생적 한계(청계천 개발)에 발목 잡혀 시민들의 혈세를 낭비할 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처음 상인연합회 측에서 대형시설 유치를 제안하면서 그들이 첨부한 자료를 보았을 때 '대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나'하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었다"고 했다. 그 자료에는 청계천 상인들이 계약한 점포의 위치가 고스란히 표시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대형 시설 유치안에 내 건 조건은 '기존 입점 상인들을 안고 가야 한다'는 것이었고, 상인회 측에서도 '그 문제는 충분히 해결이 가능하다'고 답해와 추진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올 초까지만 해도 전체 입점률이 30%를 밑돌던 가든파이브가 이달 20일 현재 전체 계약률 73.5%, 입주율 55%를 기록하고 있다.
유 사장은 "지난 주말에 방문해보니 1만여명의 인파가 몰릴 정도로, 상가 활성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었다"며 "미계약 혹은 미입주 점포는 앞으로 재분양할 계획인데, 반응이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자신했다.
◆ 시프트 품질 향상에 집중
SH공사의 올해 역점 사업은 장기전세주택(시프트) 공급 확대와 마곡지구 도시개발사업 두 가지다.
2007년 4월 탄생한 시프트는 지난 3년간 서울시 주거문화의 혁신적인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했다. 지금까지 공급된 가구수는 7884가구. 올해에는 지난 3년간 공급량과 맞먹는 1만여 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또 오는 2018년까지 총 13만2000가구를 공급하는 장기적인 계획도 수립했다.
유 사장은 "공급량이 늘어나 좀더 많은 시민이 혜택을 보는 것은 중요하다"며 "더불어 질적으로도 불편없는 양질의 시프트를 공급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다양한 기술로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SH공사는 입주민들의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그동안 공급해온 59㎡, 84㎡, 114㎡ 세가지 면적대에 74㎡형 공급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좀 더 넓은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거실은 물론 침실 발코니까지 확장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마곡지구 도시개발사업은 강서구 마곡동 일대 336만㎡에 미래형 친환경 도시를 세우는 것으로, 서울 도시개발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차원에서 진행 중이다.
주거단지와 국제시설, 한강을 기반으로 한 휴양시설인 워터프론트 등이 조성된다. 지난해 착공해 올해 기반공사가 이어진다. SH공사는 친환경 에너지타운으로 건설할 계획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연료전지 발전 시설과 폐열 활용 시설, LED 조명 등이 대표적인 친환경 에너지 절감 요소다.
신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SH공사는 지난해 9월 세계 최초로 공동주택 인방보형 지진제어장치를 개발했다. 인방보란 문틀이나 창틀 위쪽에 설치해 하중을 좌우로 분산시키는 부재를 말한다.
기존의 공동주택은 지진에 저항하는 내진설계 기법만 적용됐을 뿐이다. 하지만 SH공사의 신 지진제어기술은 지진의 진동과 충격을 흡수하는 장치를 이용해 건축 구조물이 부담해야 하는 지진력을 최대한 감소시키도록 설계됐다. 따라서 철근 등 골조 사용량이 상대적으로 줄고, 제작과 설치가 쉬워진다. 공사 측은 연간 2만 가구 신축 기준으로 볼 때 약 60억원의 원가절감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 순수 부채 13조원..."걱정수준 안돼"
최근 성남시 모라토리엄(지불유예) 선언 이후 공기업과 지자체의 부채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SH공사의 부채는 2008년 말 8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현재 16조3000억원으로 급증했다. 부채 규모는 해마다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5년 초 3조3000억원이었던 부채는 같은 해 7조3786억원으로, 현재는 2008년 말보다 8조원 가까이 늘었다.
이는 마곡지구, 천왕2지구, 운정지구, 신내3지구 등 택지개발사업의 토지 보상비가 5조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공사채 발행 규모도 올해 2월 말 현재 5조원에 달하고 있다. 이는 부채 규모의 약 3분의 1에 해당한다. 공사채는 택지개발지구 등의 토지 보상비와 시프트, 임대주택 등의 건축비를 충당하기 위해 발행됐다. 이에 따른 금융비도 지난 한해 동안 4900억원이 지출됐다.
유 사장은 그러나 공사의 총 부채에는 임대주택 보증금까지 포함돼 있어 순수 부채는 13조5000억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시프트 건립이 늘어나고 공사가 시행하는 개발사업이 많아지면서 부채규모가 늘어난 것도 사실이지만 거둬들일 돈은 최대한 빨리 거둬들이고, 금융이자 등 비용은 최소로 줄이자는 것이 목표"라며 "현재의 부채는 오는 2014년이면 모두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사는 보상·철거·착공·분양·준공 입주 관리까지 전 과정을 계획하고 관리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며 "비용절감 차원에서 최근에는 각 프로젝트별 관리를 집중해 보다 빠른 사업진행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유민근 SH공사 사장 약력
- 생년월일 : 1956. 4. 10
- 학력
경동고등학교,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졸업
- 주요경력
2007년 10월~2008년12월 한일건설 대표이사
1982년 7월~2007년 9월 두산건설(본부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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