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10개국의 삶과 아픔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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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7-28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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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덕수궁미술관 '아시아 리얼리즘(Asia Realism)展'

(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한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이사, 타이, 베트남, 필리핀, 인도 등 아시아 10개국가의 회화작품을 볼 수 있는 이색적인 전시회가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아시아 리얼리즘(Asia Realism)'은 지난 100년간 굴곡많은 역사를 경험한 아시아 국가들의 삶과 아픔을 조명한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싱가포르국립미술관이 공동으로 기획한 이번 전시는 40여개 소장처에서 대여한 104점의 회화작품을 선보인다.

우선 첫번째 테마인 '새로운 재현 형식으로서의 리얼리즘'은 19세기말부터 20세기 초 식민지 하에서 그림을 마치 사진처럼 사실적으로 재현한 작품을 보여준다. 다카하시 유이치(일본)의 '오이란(1872)'은 대상을 미화하지 않고 늙은 기생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기록'했다.

   
 
다카하시 유이치, 일본, 오이란(花魁), 1872년, 캔버스에 유채, 77 x 55cm, 도쿄예술대학미술관 소장

두번째 테마인 '은유와 태도로서의 향토'는 민족의 오랜 삶의 터전인 농촌 생활의 모습을 담은 작품을 모았다.

필리핀 근대 화가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작가인 페르난도 아모르솔로의 '모내기(1924)'는 목가적인 전원 풍경과 건강하고 아름다운 농촌처녀를 묘사했다. 반면 그의 작품들은 힘든 노동과 현실을 외면하고 자연과 인간의 이상적 조화만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비난을 받기도 했다.

'노동자를 환호하다'라는 테마에서는 1917년 러시아 혁명 이후, 1920~1940년대 걸인, 노동자, 농민, 일반 민중의 삶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싱가포르국가유산위원회가 소장하고 있는 신두다르소노 수조요노의 '앙클룽 연주자(1956)'는 하층계급의 인물을 통해 민족 정체성을 이어가려는 작가의 의도가 잘 표현된 작품이다.

실제로 수조요노는 '페르사기'라는 미술가 조합을 결성하고 조국의 실제모습과 민중을 그려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그는 "화가들은 미학을 찾으러 산으로 달려가지 않고 도시에서 삶을 둘러싼 현실을 탐구한다. 병, 냄비, 신발, 사무실, 의자, 숙녀, 도시, 추한 다리, 수로, 거리 등 가난한 노동자들이 그 내용이다. 이들이 그려내는 것은 진실의 상징이며 앞으로 도래할 새로운 사회의 명확하고 올바른 기초를 제공한다"고 말한 바 있다.

   
 
판깨안, 베트남, 1972년 하노이 크리스마스 폭격, 1985년, 보드에 옻칠, 95 x 175cm, 위트니스 컬렉션

네번째 테마인 '전쟁과 리얼리즘'은 2차 대전 이후 인도네시아 독립전쟁,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속에서 리얼리즘을 더 부각시키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베트남 작가 판께안은 '하노이의 크리스마스 폭격(1972)'을 통해 당시의 시대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사회인식과 비판-새로운 리얼리즘을 향하여'는 독립 이후에도 존재하는 식민지적 사회구조, 정치적 부정, 이데올로기 갈등을 보여준다.

배순훈 덕수궁 미술관 관장은 지난 26일 열린 전시 오프닝에서 "중국과 일본 작품들은 최근 팝아트 경향을 띄면서 과거 작품들을 보기 힘들어졌다"며 "특히 일본과 중국에서 보기 힘든 이념적·정치적인 콘텐츠가 담긴 작품들을 한국과 싱가포르가 합작해 전시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인혜 학예연구사는 "지금까지 우리는 아시아에 살아왔지만 다른 나라에 대해 너무나 몰랐다"며 "20세기에 아시아 국가들이 매우 유사한 문화적 충격, 이념 갈등, 정치적 변혁을 겪어온 만큼 서로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오는 10월 10일까지 열리며, 입장료는 성인 5000원·청소년 2500원이다. 문의 02-2188-6000

mihole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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