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적인 기술 개발만이 유일한 대·중소기업 상생의 길”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0-08-05 08:22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지금과 같은 구조에선 대기업 불공정 행위 발생할 수밖에 없어”

(아주경제 이광효 기자) “중소기업이 독자적으로 기술을 개발하는 것만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길입니다.”

이동통신 단말기 및 이동통신 콘텐츠 개발을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는 한 중소기업 사장 A씨는 지난 3일 오후 9시쯤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힘주어 말했다.

A씨는 “중소기업이 독자적인 기술을 갖고 있어야 대기업이 함부로 거래처를 바꾸지 못하고 납품단가 후려치기 같은 횡포를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중소기업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소기업의 독자적인 기술개발이 대·중소기업 상생을 위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무리 정부가 납품단가 후려치기 같은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강력하게 단속한다고 해도 지금과 같은 구조에선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는 발생할 수밖에 없으므로 중소기업 스스로가 독자적인 기술을 보유해 대기업의 횡포를 억제해야 한다는 것.

A씨는 “지금과 같이 납품받으려는 대기업은 하나인데 납품하려는 중소기업은 많은 구조에서는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 같은 불공정 행위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납품단가 조정협의 의무제가 있긴 하지만 중소기업이 이 제도를 이용하면 거래가 끊길 가능성이 매우 높아 이 제도는 유명무실한 제도”라고 말했다.

납품단가 조정협의 의무제란 원자재 가격 급등 시 하도급 업체는 납품단가의 조정을 신청하고, 원사업자가 조정협의를 거부·해태할 경우 시정명령이나 과징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말한다.

실제로 A씨의 회사도 국내 유수의 모 대기업에 계전기 같은 원자력 발전 설비를 납품하고 있지만 납품단가 후려치기 같은 횡포는 당하지 않고 비교적 대등한 위치에서 해당 대기업과 거래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A씨의 회사가 갖고 있는 독자적인 기술 때문.

A씨의 회사는 지난 1987년 독자적인 기술 개발로 이전까지 수입에 의존해 오던 계전기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만약 A씨의 회사와 해당 대기업과의 거래관계가 단절되면 이 대기업은 더 비싼 가격으로 계전기를 외국으로부터 수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A씨의 회사는 계전기를 이 대기업에 타입별로 하나에 7만원-40만원으로 납품하고 있다.

A씨는 “현재의 납품단가로 어느 정도 이익을 낼 수 있다”며 “우리는 차별화된 기술로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을 방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부분의 중소기업의 경우 이런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는 것.

A씨의 회사의 경우 약 150개 정도의 특허를 갖고 있는데 관련 기술 하나 개발하는데 많게는 수년의 시간과 수십억 원의 돈을 쏟아 부어야 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중소기업 기술개발 지원을 지금보다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청이 주관하고 있는 중소기업 기술개발 지원 사업 예산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저감처리나 폐기물 재활용 같은 공정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사업인 생산환경혁신기술개발 사업의 경우 올해 예산이 327억원인데 내년도 예산 요구액은 277억원으로 줄었다.

대학교와 연구소 등에서 개발해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중소기업에서 상용화하는데 필요한 개발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인 중소기업상용화기술개발 사업 예산은 내년도 예산에서 올해와 같은 750억원이 요구됐다.

또한 A씨는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대기업이 탈취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강력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A씨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특허 분쟁 등이 발생할 경우 6개월 이내에 재판을 끝내도록 강제해야 한다”며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에 대해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해 만약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했다고 확정판결이 나면 직접적인 손해액의 몇 배를 배상하게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leekhyo@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