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석호문 한국식품연구원 본부장 |
(아주경제 김선국 기자) "보리에는 묘한 기운이 있다. 맛은 씁쓸하지만 그만큼 약이되는 게 보리다"
보리연구만 33년째인 석호문 한국식품연구원 본부장의 말이다.
석 본부장이 식품연구원에 입사한 지난 1978년에 정부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가 보리소비 진작이었다. 당시 보리소비를 늘리기 위한 연구기록은 보리빵을 만드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보리차를 마시던 중 보리음료를 만들어야 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라 연구를 시작한 게 지금의 ’맥콜' 신화로 이어졌다.
당시만 해도 국내 음료시장은 청량음료가 득세하던 시기였다. 보리음료에 콜라처럼 톡쏘는 청량감을 내려면 탄산가스 주입시설이 필요했지만 이를 드라이 아이스로 대신해 맥주, 보리차와 같은 특이한 맛을 탄생시켰다. 연구실내에서도 큰 호응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렇게 얻어진 원천기술은 정부에 보고됐고 곧 언론에도 보도됐다. 이 소식을 들은 일화, 해태 등 관련기업들의 관심도 대단했다. 원천기술의 주인은 일화에게 넘어갔고, 즉시 상용화 됐다. 상상외로 대박을 터트리자 해태에서 보리텐, 롯데에서 비비콜등 유사제품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얼마안돼 맥콜의 판매가 부진해졌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10년이상 한제품이 유행한 경우는 거의 없다"며 "식품에도 사이클이 있다. 이를 대비해 후속작으로 무언가를 출시했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아쉬움도 잠시, 그는 보리소비를 위해 만든 청량음료이지만 맥콜에 함유된 보리도 그리 많지 않아 다른 것을 연구해야한다고 결심했다. 이후 보리후레이크를 만들게 된 것. 이는 아침식사대용으로 먹는 후레이크를 만들어 100% 보리소비가 가능했다.
1980년대 후반 이 원천기술을 개발, 주인은 정식품의 정재원 회장에게로 돌아갔다. 당시 정회장은 신갈에 공장을 짓고 이 원천기술 이용해 즉시 상업화했다. 보리후레이크와 베지밀을 섞어 소비하는게 그의 목적이었다.
실제 상업화 당시 국제식량농업기구(FAO)에서도 한국에 대한 천문학적인 자금지원이 있었다고 한다. 이 보리후레이크는 이탈리아 로마에 위치한 FAO본부에 아직도 전시돼 있다.
하지만 시대를 너무 앞서간 나머지 상용화엔 실패했다. 배고픈 시절이다 보니 식사대용으론 무리였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2010년 현재, 그는 보리후레이크가 대성할 것이란 기대감을 놓지 않았다. 건강에 관심이 많아진 소비자들에게 가장 알맞은 식품이 될수 있다는게 그의 확신이다.
석 본부장은 "젊을때는 보리를 꾸준히 먹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중장년이면 보리를 필수적으로 먹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리는 백미를 중심으로 이뤄진 식생활에서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등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또 콜레스테롤 합성을 저해하고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도 높여준다. 항암작용 및 성인병 예방에도 효과적이란게 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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