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윤희, 간만에 조익이와의 술자리 그 녀석의 수다를 듣는 건 역시 그리 유쾌하진 않다, 장지에 혼합재료, 97x162cm, 2010. |
변윤희는 작품을 통해 현대인의 초상을 대변한다. 작품 속 등장 인물들은 시끌벅적한 선술집에서 저마다 고민과 근심을 털어놓는다. 어지러운 술판 위로 보이는 갖가지 안주와 빈 술병, 이리저리 나뒹구는 병뚜껑, 반 쯤 열어진 담배 갑 등은 어젯밤 우리가 갔던 술집의 풍경이다.
그림 속 주인공들은 파랑, 녹색, 보라 등 저마다 각기 다른 얼굴 색을 갖고 있다. 이것은 그동안 한국화에서 상대적으로 덜 다뤄진 원색계열의 색과 채색의 농담(農潭) 표현이다.
작가는 '데포르마숑(déformation, 자연을 대상으로 한 사실 묘사에서 특정 부분을 강조하거나 왜곡하여 변형시키는 미술기법)'을 통해 다양한 군상을 보여준다.
작가는 '식욕'과 '성욕'이라는 주제를 통해 현대인들이 사회 통념, 공동 도덕, 신의 성실의 원칙 속에서 개인 스스로의 내적 욕구 조차 잊은채 살아가는 것을 지적한다.
특히 자제하지 못하는 식욕이나 성욕은 불온하게 여겨지며, 이것에 가해지는 제약이나 은폐가 당연시
되는 사회상을 비판한다.
이번 전시회는 오는 31일까지 열린다.
이미경, 봄날에-김제에서, Ink pen on paper, 80cmx100cm, 2010 |
'비록 소소한 정이라도 기개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작가 이미경은 날카로운 펜으로 구멍가게들의 모습을 그렸다.
하다못해 지하철역 근처 작은 가판대라도 깔끔하게 정렬돼 있다. 무엇을 파는지, 주인은 어떤 성향의 사람일지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작가는 결코 녹록지 않은 우리 삶의 현장 속에서 고고함과 여유, 따스함이 숨 쉬고 있는 '옛 것'에 주목했다.
마천루가 즐비한 콘크리트 숲 보다는 '00상회'가 있는 작은 시골길이 우리의 대표적 서정을 말해준다.
작가는 또 대표적 서정을 이야기한다는 측면에서 '모성(母性)'을 그린다. 투박하지만 서민적인 반짇고리와 이불속에 묻혀있는 공기밥, 모란꽃 문양의 수가 놓아진 이불과 베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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