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미국 뉴욕에 때 아닌 종교시위가 한창이다.
지난 주말 수백명의 시위대는 폭우 속에서도 이슬람사원인 모스크 건립이 예정돼 있는 9ㆍ11테러 현장(그라운드제로) 인근에서 찬반 시위를 벌였다.
모스크 건립을 둘러싼 논란이 격렬한 서리 시위로 이어지자 현지 경찰은 바리케이드를 설치해 찬반 양측을 분리하기도 했다.
이같은 종교시위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13일 9ㆍ11테러 현장 부근에 모스크를 세우는 방안에 지지의사를 밝히면서 촉발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무슬림들은 이 나라의 다른 누구와 마찬가지로 종교를 믿을 권리가 있다"며 "그들의 권리에는 맨해튼 남쪽 사유지에 신앙의 장소이자 지역 주민들의 모임 장소를 지역 법령에 따라 건립할 수 있는 권리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그의 모스크 발언은 11월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의 주요 이슈로 부상하면서 민주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해리 리드 상원 원내대표는 그라운드제로 부근에 모스크를 건립하는 데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으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모스크 문제를 정치 이슈로 만들려는 음모세력이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뉴욕에서 일고 있는 종교분쟁은 미 정치권의 '광신도적(fanatic) 문화'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정의를 강조하며 미국적 가치를 최고로 여기는 정치인들인 만큼 종교문제를 쉽게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모스크 발언 이후 오바마 대통령이 명확한 입장을 재차 밝히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는 모스크 발언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후회하지 않는다(No regrets)"고 말했을 뿐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아 새로운 지지세력을 집결시킬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됐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08년 대선 후보 경선에서 '빌어먹을 미국(God damn America)'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제레미야 라이트 목사와 확실한 선긋기에 나서 위기를 모면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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