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지난 7월 발표된 유럽 금융기관에 대한 '재무건전성 평가(스트레스 테스트)'에서 일부 은행들이 리스크가 큰 국채 보유 규모를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프랑스 은행들이 보유한 재정위기국 국채 규모(국제결제은행(BIS)-스트레스테스트 기준/단위:10억유로/출처:WSJ) |
게다가 평가 당시 숏(매도)포지션의 국채는 보유 규모에서 제외해 전체적인 리스크 노출수위를 낮췄다. 실제 1억 달러 어치의 그리스 국채를 보유하고 있고 이 중 숏포지션 규모가 25만 달러라면 총 익스포저는 75만 달러로 주는 식이다.
WSJ는 전체적인 국채 보유 현황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에 EU의 스트레스테스트에서는 위험자산에 대한 노출정도가 심한 은행들이 정확히 걸러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일부 은행들의 경우 최소 수십억 유로에 달하는 국채를 위험자산에 포함하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일례로 바클레이스캐피털은 거래 목적으로 보유한 국채는 고위험군 자산에서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탈리아 국채의 경우 47억 유로 어치를 이런 이유로 누락시켜 바클레이스가 신고한 이탈리아 국채 보유액은 7억8700만 유로에 불과했다. 같은 이유로 스페인 국채 보유액도 실제보다 16억 유로 적은 44억 유로라고 보고했다.
일각에서는 스트레스테스트 기준을 정한 유럽 은행감독위원회(CEBS)가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CEBS는 위험국채에 대한 '총(gross) 노출 규모'와 '실제(net) 노출 규모'를 요구했지만 이에 대한 정확한 개념정의를 하지 않아 은행들도 각자 정의한 총 규모와 실제 규모를 반영했다는 것이다.
또 좀 더 엄격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으로 볼 때 유럽지역 은행들이 보유한 고위험군 국채 규모는 크게 증가했다. 일례로 프랑스 은행들이 보유한 스페인 국채는 CEBS 기준으로는 66억 유로인 데 반해 BIS 기준을 적용하면 347억 유로로 늘었다. 그리스 국채 보유액도 116억 유로에서 200억 유로로, 포르투갈 국채 역시 49억 유로에서 151억 유로로 각각 증가했다.
알라스태어 라이언 UBS뱅킹 애널리스트는 "엄밀히 말해서 CEBS가 유럽 은행권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에 테스트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다"며 "대부분의 은행들이 통과한 스트레스테스트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만 달성한 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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