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주요 27개국 중앙은행과 금융감독기관이 지난 12일 스위스 바젤에 모여 새로운 은행규제안인 '바젤III' 협약 최종안에 합의했다.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 은행들의 자기자본비율을 7%로 높여 잡은 게 합의안의 골자다. 현행 2%인 핵심자기자본비율을 4.5%로 강화하고 2.5%의 보완자본(buffer capital)을 적립하게 하면서 자기자본비율이 기존치보다 3배 이상 높아졌다.
하지만 2년여간 걸친 논의 끝에 합의된 바젤III 협약은 이전 합의안에 내재된 문제점을 고스란히 안고 있어 금융위기를 일으킨 은행이 '자발적인 감시시스템'의 오류를 재현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새론 보울스 유럽의회 경제통화정책위원회 위원장은 13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칼럼에서 바젤III 협약이 '보완자본'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하지 않아 바젤II 협약의 오류를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존의 바젤II 협약은 금융당국이 은행의 추가적인 자본확충 시점을 판단하는 데 필요한 위험자산 투자활동 정보를 얻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은행의 위험자산 투자 활동에 대한 평가를 은행의 자발적 재량권에 맡겼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은행의 허술한 보고는 감독기관의 모니터링 기능을 무력화했고 은행은 과도한 위험자산에 대한 투기를 이어갔다.
이에 바젤위원회는 호황기에 은행이 위험자산에 과도하게 투자하는 것을 막기 위해 '경기조정 보완자본'이라는 규정을 추가했다.
하지만 은행이 끌어모아야 하는 자본이 늘어날 수록 시장의 유동성은 줄어들게 마련이다. 또 새로운 은행 규제안은 경기조정 시기를 판단하는 기준이 국가별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명시해 기준을 애매하게 했다.
게다가 바젤III 협약이 국가별로 제대로 이행될 지도 미지수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이미 이행시기 연기, 규제기준 완화, 예외 적용 등 수정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울스 위원장은 아울러 새로운 바젤 협약의 규제 대상이 은행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은행들이 자산관리에 실패한 것이 금융위기로 불거졌는 데도 일부 금융 당국자들은 공매도, 헤지펀드, 파생상품, 신용디폴트스와프(CDS) 등을 지나치게 비판하며 문제의 핵심에서 벗어나고 있다"며 "위기의 주범은 은행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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