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한적의 이번 수해지원 규모는 과거에 비해 적은 규모인데다 인도주의적 지원에 국한돼 있어 남북의 관계전환보다는 양측의 실리적인 목적을 만족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임을 예고했다.
한적이 밝힌 수해지원 규모는 당초 예고됐던 100억원 규모이며, 수송료 등을 감안하더라도 최대 120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쌀 지원규모는 과거 한적과 정부가 보냈던 사례와 비교하면 많다고 볼 수 없는 수준이다.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이 있었던 2006년에도 한적을 통해 대북 수해지원용으로 쌀 10만t을 제공했고, 2000년부터 2007년까지 거의 매년 정부 차원에서 30만t 이상의 쌀을 북측에 지원해왔다.
유종하 한적 총재는 "신의주 지역 수재민이 약 8만~9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본다"며 "5000t은 10만명을 기준으로 할 때 100일간, 20만명을 기준으로 50일간의 식량이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한적은 북측이 요구했던 굴삭기 등 중장비 등의 품목을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는 이들 품목이 수해복구에 사용되기보다는 전략물자로 전용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유 총재는 "굴삭기 등의 장비는 규모도 크고 다른 문제점도 검토할 필요가 있어 대상에서 빠졌다"며 "정부가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한적과 정부는 이번 수해지원 결정이 대북 관계개선보다는 인도주의적 지원에 한정된 것임을 강조했다.
유 총재는 "남북 적십자 간의 인도주의적 사업은 정치적 분위기와는 별도로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적의 수해지원 규모는 대규모 지원 필요성을 강조해 온 정치권의 요구와도 차이가 있어 천안함 사태 이후 시행된 5·24 조치 등 대북제재 기조에서도 벗어나지 못했음을 시사했다.
이는 북측이 요구한 대규모 지원을 하기 위해서는 천안함 사태에 대한 북측의 사과와 성의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우리 정부의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한적은 국내산 쌀 가운데 2007년 쌀을 구입해 북측에 전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2007년산 쌀 재고량은 5만t으로 같은해 정부관리 양곡 판매 고시가격은 1t당 154만원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북측에 지원키로 한 쌀 5000t의 구매가는 약 77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시멘트 1t 구매에는 약 7억원 정도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적은 북측 수재민들이 받기 쉽고 분배투명성 제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쌀을 5㎏씩 100만 포대에 담아 북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오늘 전달한 통지문은 각각 북측이 지난 4일 쌀과 시멘트 등의 지원을 요청한 통지문과 지난 10일 이산가족 상봉을 제의한 통지문에 대한 회신의 성격"이라며 "이에 대한 북측의 특별한 반응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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