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석 SK브로드밴드 네트워크부문장
스마트TV는 요즘 IT 및 가전산업 업계의 화두다.
구글이 소니와 손잡고 올 하반기부터 스마트TV인 ‘구글TV’를 판매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국내외 경쟁업체들의 맞대응이 볼만하다.
스마트TV와 스마트폰을 둘러싼 국내외 IT 대표기업간의 시장선점을 위한 경쟁이 본격화함에 따라 언론매체나 블로그, 트위터 등에서도 스마트TV 및 스마트폰 얘기로 떠들썩하다.
시장분석 업체의 발표를 보면 3스크린 세상이 결코 멀지 않았음을 짐작하게 한다.
아이서플라이 전망에 따르면 스마트TV의 올해 출하량은 지난해 대비 124.9%나 성장한 270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오는 2014년에는 기하급수적으로 급증, 1억4830만대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일부 마니아들이나 특권층이 아닌 일반 소비자들이 스마트 가전 기기의 매력에 푹 빠질 날이 결코 멀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첨단을 지향하는 IT 미디어 업체 기술담당 임원인 필자 입장에서는 이 같은 핑크 빛 청사진이 반갑지만은 않다.
마음 한 켠으로 걱정이 앞선다. 왜냐하면 최근 업계 동향을 살펴보면 스마트 미디어 기기들의 급속한 증가를 둘러싼 얘기만 있지 이를 받쳐줄 기본 인프라 구축논의에 대해서는 특별히 진전되는 게 없는 탓이다.
IT업계에 정통한 어느 대학 교수는 스마트TV를 소비자들이 만족수준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현재보다 10배 정도는 네트워크가 고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이 어느 정도는 받쳐 주겠지만 빠르게 증가하는 스마트 제품의 보급속도에 맞출 수 있는 투자계획이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 유무선 인프라는 구축운용하고 있는 통신업체들의 투자를 견인할 수 있는 얘기는 들을 수 없다.
기본적으로 인터넷기반에서 구현되는 이들 스마트 가전제품은 KT, SK브로드밴드 등 국내 유선통신업체들의 네트워크에 추가 트래픽을 유발한다.
하지만 이들 통신업체들은 가전업체나 고객으로부터 이에 대한 추가 비용도 받지 않고 있다.
문제는 각 통신업체들의 인터넷 망은 자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와 고객 수에 최적화돼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트래픽 증가를 탄력적으로 수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급증하는 스마트TV와 태블릿PC, 스마트폰이 유발하는 트래픽을 탄력적으로 처리함에 있어 한계에 봉착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통신 인프라가 통신업체들의 막대한 투자로 프리미엄급망을 구축한 상태이기 때문에 인터넷 네트워크는 누구나 공짜로 쓸 수 있는 ‘공공재’라기 보다는 일정기간의 경우 적정대가를 지불해야만 사용할 수 있는 ‘사유재’로 봐야 한다.
이 같은 통신업체들의 주장이 수용되면 대다수의 인터넷사용 고객들에게는 오히려 혜택이 커질 수 있다. 왜냐하면 무임승차 억제와 수익자 부담의 원칙이 적용돼 대다수의 일반 네티즌들의 인터넷 환경이 크게 개선되기 때문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P2P 업체나 극히 일부 파워유저가 인터넷 공유 대역폭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통신업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TV 확산을 통해 삶의 질을 몇 단계 상승시킬 수 있는 미래의 소비자 세상 구현을 위해서는 더 늦기 전에 규제기관과 관련 업체들이 네트워크 고도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 찾기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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