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미국과 유럽에서 2008년 9월 파산한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를 처리하는 데 드는 법률 및 회계 비용이 20억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하지만 20억 달러는 리먼의 자산이 7000억 달러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7월 기준 9억1700만 달러에 달하는 리먼의 미국 부동산 처리비용은 10억 달러를 넘어섰고 유럽지역 자산을 정리하는 데 9억 달러의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인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리먼의 파산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미국 인력이 1000명이 넘고 영국에서는 유럽지역 법인의 자산처리를 담당하고 있는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300명 이상을 동원하고 있다.
하지만 6910억달러에 달하는 리먼의 총 자산 규모를 감안하면 20억 달러는 '매우 적은 액수(peanuts)'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더글라스 베이드 시카고대 로스쿨 교수는 "월드콤과 엔론의 파산을 처리하는 데 총 자산의 1%와 2%에 달하는 비용이 들었다"며 "리먼의 자산 대비 파산 비용은 그리 많은 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 재무부 보수 관련 특별담당관을 지낸 케네디 페인버그가 이끌었던 리먼 파산 전담 특별위원회가 과도한 야간식비와 불명확한 비용 등을 삭감해 520만 달러를 줄인 것도 리먼 파산 처리 비용을 줄이는 데 일조했다.
일부 미국 변호인단은 '염가'에 파산 정리에 나서기도 했다. 미국 로펌 안톤발루카스오브제너앤드블록은 올해 조사단 보고서를 작성하고 시장 가격에서 10%를 할인한 540만 달러를 청구했다.
법률업계에서는 리먼의 파산 처리가 마무리되는 내년에는 비용이 더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리먼 사태는 상징성이 큰 만큼 저렴한 가격에라도 노하우를 쌓으려는 로펌과 회계업체들이 줄을 이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FT는 리먼의 파산 처리 과정에 참여했던 이들이 주축이 된 전문 컨설팅 업체도 속속 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례로 리먼의 파산 과정에서 경영 부문을 담당했던 구조조정 전문업체 알바레즈앤드마셜(A&M)은 과거 리먼 직원을 재고용해 최근 래거시매지지먼트컴퍼니(Lamco)라는 업체를 설립했다. Lamco는 리먼의 뒷수습뿐 아니라 부실자산 처리 노하우를 살린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브라이언 마셜 A&M 공동 창립자는 "리먼 채권자들의 자산을 회복시키려면 파산에 필요한 모든 법률ㆍ금융 관련 전문 경험까지 총동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리먼의 유럽지역 자산을 처리하고 있는 LBIA의 톰 볼랜드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우리의 고객인 리먼이 망했다고 새로운 고객이 또 생기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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