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지성 기자) 대기업들이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납품단가 연동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경제전문가들 사이에 증폭되고 있어 주목된다. 사안별 협의로 연동제 도입도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군다나 전문가들의 이 같은 주장이 대기업을 대변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 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 포럼에서 잇달아 나오면서 향후 대기업들의 입장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왔다.
한경연은 14일 서울 여의도 사학연금회관 2층 회의실에서 ‘대중소기업간 거래관계 개선대책’ 포럼을 개최했다. 사진은 포럼 전경. |
14일 한경연이 서울 여의도 사학연금회관 2층 회의실에서 개최한 ‘대중소기업간 거래관계 개선대책’ 포럼에서 납품단가 연동제가 가능하다는 주장이 연이어 제기됐다.
이종욱 서울대 교수는 “납품단가를 논의하는 자체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즉, 정치적인 약자와 강자로 이해되기 때문에 쉽지가 않다”고 전제했다.
이 교수는 “납품단가가 어떻게 결정되느냐 하면, 시장거래를 할 것이냐 내부 거래를 할 것이냐의 결정”이라면서 “납품단가가 이슈화 되는 정도를 완화할 수 있는 시스템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 교수는 “원자재 가격이 변동하는 일반적인 상황과 원자재 가격이 21% 이상 또는 2, 3배 폭등하는 비정상적인 경제상황에 따라 원자재 가격 변동의 납품가격 반영의 해결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현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납품단가 문제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일시적인 쇼크에 따른 것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대기업과 협력사 사이에 이뤄지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주 선임연구원은 “대기업과 중기업의 영업이익률 차이가 단지 납품단가의 문제라고 볼 수는 없지만 경기가 좋아질 때 대기업은 혜택을 보는데 반해 중소기업은 그렇지 않은 현상이 2000년대 이후 나타난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 선임연구원은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을 ‘교섭력’에서 찾았다. 연구결과 납품단가의 조정이 대기업의 압도적인 협상력에 좌우되는 상황이라는 해석이다.
주 선임연구원은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납품단가 이하 수준이 최소한 살아남을 정도에서 이뤄지고 있다”면서 “납품단가 수준은 대중소기업 양극화의 주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주 선임연구원은 “납품단가를 흔히 대기업의 성과분배 방식으로 접근하면 안 되고, 대기업이 이익이 발생하든 그렇지 않든 결정과정의 합리성 차원에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납품단가 문제가 우리 경제의 지속발전 가능성에서 검토돼야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김승일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대기업이 세밀한 계약을 하지 않고 불공정행위를 할 경우 철저하게 대기업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병선 숭실대학교 교수도 “납품단가조정협의 의무제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중소기업의 납품단가 조정의 권한을 협동조합 등에 위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한편 지난 9일 전경련 회장단 회의 직후 정병철 상근부회장은 사견을 전제로 “납품단가 연동제는 안 된다”며 관련 논의에 부정적인 의견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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