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 후유증 앓던 5·18 유공자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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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9-15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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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당시 입은 부상과 고문 후유증으로 고통받던 5·18 유공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5일 5·18 구속부상자회와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께 광주 광산구 광주보훈병원 주차장에서 구속부상자회 회원 지모(56)씨가 제초제를 마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이날 새벽 숨졌다.

   5·18 당시 회사원이었던 지씨는 전남 목포에 휴가차 갔다가 경찰에 붙들려 헌병대 등에서 심한 고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고문 전력 때문에 억울하게 삼청교육대에도 끌려갔으며, 이후 고향인 전남 여수에 정착했지만 지난 30년 동안 우울증, 불면증, 신경통 등으로 고통을 받아왔다.

   그는 전날 구속부상자회 사무실로 "꿈에 항상 군인들이 나타나 살 수가 없습니다. (중략) 축산업에 실패해 엄청난 생활고를 겪고 있고, 고문 후유증으로 살 수가 없습니다"라는 유서를 보냈다.

   유서에는 1980년 5월 경찰에 체포돼 8시간 넘게 두들겨 맞는 등 국가의 무자비한 폭력으로 인해 지울 수 없는 아픈 기억이 적혀 있었다.

   37일간 경찰서와 상무대, 31사단 등에 구금됐던 그는 "내 생애 가장 치욕스런 순간이었습니다"며 "5.18묘역에 안장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또 "아무 것도 없습니다. 오직 아들 한 명, 망령(亡靈)의 자식을 도와주세요"라고 적어 혈육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남겨 주위를 숙연케 했다.

   5·18 기념재단과 생명인권본부가 2007년 발표한 5·18 자살 피해 현황에 따르면 2007년 8월까지 5·18 부상자 가운데 사망자는 총 376명으로 이중 39명(10.4%)이 자살로 숨졌다.

   이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보상 지연, 생활고 등의 이유로 자살을 택한 것으로 조사됐다.

   5·18 구속부상자회 관계자는 "최근 2년간 구속부상자회 회원 10명이 후유증과 생활고로 자살을 선택했다"며 "이들에 대한 관심과 사후 관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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