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 관료들의 자긍심은 남다르다. 1986년까지 재경직은 20명(행정고시 100명) 밖에 뽑지 않았다. 행시 합격자 가운데 최고 수재들이 모여들었다는 데 토를 달수 없을 정도로 소수정예 집단이다.
현 정부 들어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를 합쳐 기획재정부가 탄생했지만 금융정책 기능을 금융위에 넘기며 과거보다는 힘이 빠진 모양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기관리에 집중하며 다시 파워인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행시 기수로는 김동연 예산실장(57년생, 26회)의 파격기용이 눈에 띈다. 재정부 내 핵심 노른자위 부서로 꼽히는 예산실장으로 기용된 배경에는 올초까지 청와대 국정과제비서관을 지내면서 각종 국책과제에 대한 점검을 차질없이 마무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급 수석격인 두 차관보 자리에는 행시 24회인 신제윤 국제업무관리관과 강호인 차관보가 버티고 있다. 신 차관보는 특히 오는 11월말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막후에서 이끌어내고 조율하는 막중한 역할을 하고 있다.
김화동 자유무역협정(FTA) 국내대책본부장과 구본진 재정업무관리관, 재정부 대변인에서 올해 승진한 박철규 기획조정실장이 모두 24회다. 구본진 재정업무관리관은 강만수 장관 시절부터 공공정책국장, 정책조정국장으로 경제위기 현안을 풀어냈다. 최근 조세정책관에서 승진해 내년도 세제개편안을 마련한 주영섭 세제실장은 이들보다 한 기수 빠른 23회로 최고참. 이리세무서에서 공직을 시작, 조세분야에서 한 우물만 팠다. 박 실장과 김화동 본부장은 영남대 출신으로 이른바 TK(대구ㆍ경북)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
1급 바로 아래인 본부 국장(급)은 총 28명. 육사를 나온 김종운 비상계획관과 공석인 경제예산심의관·성장기반정책관을 제외한 25명중 선두주자는 단연 윤종원 경제정책국장(60년생, 27회)이다. 국장급으로는 고속승진한 케이스. 윤 국장은 경제위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0.2% 플러스 성장을 이끌어내면서 윤증현 장관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
윤 국장은 취임 때부터 화제를 모았다. EPB(경제기획원) 몫으로 여겨졌던 핵심보직인 경제정책국장을 재무부 출신 27회가 꿰찼기 때문. 업무든 스포츠든 지고는 못사는 성격이다.
충남연기 출신인 윤여권 대변인은 오랜시간 뉴욕 총영사관 주재관을 지내면서 세계 경제위기의 신호탄이된 서브프라임 모지지 사태 진화를 위한 첨병역할을 했다. 현지 금융 및 재계 관계자들과도 폭넓은 교분에다 부하들의 역량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리더십으로 신망이 높다.
사진 왼쪽 위부터 윤증현 장관, 임종룡 1차관, 류성걸 2차관, 신제윤 차관보, 강호인 차관보, 구본진 재정업무관리관, 주영섭 세제실장, 김동연 예산실장, 김화동 FTA국내대책본부장, 박철규 기획관리실장, 윤여권 대변인, 윤종원 경제정책국장, 이석준 정책조정국장, 김익주 국제금융국장, 홍동호 재정정책국장, 임해종 공공정책국장, 김규옥 예산총괄심의관, 소기홍 사회예산심의관 |
주형환 대외경제국장(61년생, 26회)은 경제·금융계에 폭넓은 인맥을 형성하고 있는 덕수상고 출신이다. 이밖에 행시 27회로는 홍동호 재정정책국장, 김규옥 예산총괄심의관 등 8명으로 가장 많다.
김규옥 심의관은 현 정부 1기 경제팀 대변인을 역임했다. 소신발언을 불사하는 강만수 전 장관 때문에 마음 고생도 많았다. 세계은행(WB) 등에서 재정 전문가로 활동했다. 이석준 정책조정국장(59년생)은 재무부 출신으로 드물게 예산실에 안착한 사례다. 금융을 아는 터라 전통적인 시각을 뛰어넘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곧잘 내놓는다.
김낙회 조세정책관은 자상하고 부드러운 성품으로 신망이 두텁다. 세제실의 대표적인 조세협상 전문가다. 조세심판원 행정실장을 거쳐 지난 5월 복귀한 김형돈 재산소비세정책관은 조세정책과 납세자 구제 등 조세 전반에 대한 경험이 강점이다.
환율이 급변동할 때 시장은 김익주 국제금융국장의 말에 숨을 죽인다. 언제나 차 안에 운동용품을 가득 싣고 다니는 스포츠 매니아다. 한때 축구선수가 되기를 꿈꾸기도 했던 김 국장은 부하들에 대한 신망도 누구보다도 높다.
유재훈 국고국장은 옛 재정경제부에서 금융위원회로 간 지 10년만인 지난해 다시 복귀했다. 민간 학술단체인 중국자본시장연구회장을 맡기도 한 중국통. 관료들이 미국을 선호하는 것과 달리 프랑스 국립행정대학원(ENA)에서 수학한 점도 이채롭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료 대부분이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고위공무원단(고공단)에서 서울대 출신이 16명(61.5%), 특히 서울대 경제학과만 30.8%(8명)에 이른다. 출신지역은 서울 10명, 충청 6명, PK(부산·경남) 5명, 전북 4명 등이다. 1급에서 두드러졌던 TK 출신은 1명도 없다.
과장급 가운데 사실상 재정부의 가장 비중있는 거시정책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이호승 종합정책과장(65년생)도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