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27일 현대건설 인수 참여를 공식 선언하면서 현대건설 인수전의 막이 올랐다.
인수의향서(LOI) 제출 기한인 내달 1일까지 현대가를 제외한 제3의 기업이 참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현재로서는 현대차그룹과 이미 인수 의사를 강력하게 밝혀온 현대그룹의 2파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이번 인수전은 2000년 현대그룹의 분할 이후 일어온 적통성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받고 있다.
◇인수 나선 배경은 =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에 나선 이유는 그룹 차원의 사업 다각화를 통해 '미래 먹을거리'를 창출해내겠다는 의지에 따른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인수참여 이유에 대해 "그룹 숙원사업이던 현대제철 일관제철소를 성공적으로 완공했고, 자동차사업도 글로벌 시장에서 안정적인 궤도에 올랐기 때문에 미래성장을 위한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다.
현대건설을 미래사업의 주요 동력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원전 등의 친환경 발전 사업은 물론 주택용 충전시스템과 연계된 주택건설 등 장래에 직면하게 될 친환경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이는 그룹의 주력인 자동차 부문이 향후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차량 등 친환경성에 매진할 수밖에 없다는 것과도 맥을 같이한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그룹 내 다른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내다본 것으로 분석된다.
일례로 계열사인 현대로템의 해외고속철 및 철도차량 사업과 연계가 가능하다는 점을 현대차그룹은 내세우고 있다.
지금까지는 해외 철도사업을 추진할 때 단지 철도차량만 판매하거나 인프라 건설을 위해 다른 건설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밖에 없었지만 현대건설을 인수하면 사업연계성 확보로 수주에 더욱 유리해질 수 있다는 판단인 것이다.
동시에 계열사인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로부터 안정적인 건설 자재 조달도 가능해 건설 부문의 자체적인 안정성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현대그룹의 모태기업인 현대건설을 장자 격인 정몽구 회장의 현대차그룹이 가져와야 한다는 당위성도 인수에 뛰어든 이유 중 하나라는 관측이다.
◇인수 준비 어떻게 하나 = 현대차그룹은 재계 안팎의 인수 참여 관측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물밑 작업을 진행해왔지만 인수 참여 공식화를 계기로 인수 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애초 일정보다 며칠 앞당겨 이날 인수참여 의사를 밝힌 것도 각종 억측을 불식하고 인수작업을 공개적으로 당당하게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현대차그룹은 외국계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를 인수자문사로, 삼일회계법인과 HMC투자증권을 회계자문사로, 김&장을 법률 자문사로 각각 선정해 현대건설 인수의 경제적ㆍ법적 타당성을 검토해왔다.
이제 관심은 현대건설 인수 주체로 누가 나서느냐로 쏠린다.
현대건설 인수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주력 계열사인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등이 나설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다만 현대엠코는 현대건설과의 합병설을 일축하는 차원에서라도 인수 주체에서는 배제될 것으로 보인다.
그룹 관계자는 "아직 누가 인수 주체로 나설지 결정된 바 없다"며 "각 계열사 여력과 상호 시너지 효과를 판단해 인수 주체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인수를 위한 자금력엔 별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 현대차가 보유한 유동자산만도 순현금 5조4천억원을 포함해 7조5천여억원에 달한다. 현대건설 인수가격이 최대 4조원 정도로 추정되는 만큼 인수에 큰 부담이 없다는 것이다.
◇인수 걸림돌은 = 현대차그룹은 자금력과 경영 능력 등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현대건설 인수를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바로 이 부분이 현대차그룹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현대차그룹은 풍부한 자금력을 활용해 현대건설을 안정적으로 인수해 그룹 내 국내외 인프라를 기반으로 현대건설을 세계적인 종합엔지니어링 기업으로 키울 수 있는 경영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혹여나 이번 인수전이 이 같은 경제논리에서 벗어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어느 정도의 금액을 제시할지 모르지만 배수의 진을 치고 나올 경우 현대차그룹의 인수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현대그룹의 TV 광고에서처럼 감성적 호소로 특정 여론이 형성될 가능성도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전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노조의 입장도 하나의 변수가 될 수 있다.
현대차 노조 일각에서는 과거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인수 후 부실해졌다는 사례를 들면서 이번 역시 그런 전철을 밟을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고 현대건설 자체가 그룹 전체의 시너지 효과를 동반할 것이라는 점을 들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논란도 부담이다.
현대차그룹에 대한 정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현대건설을 인수한 뒤 현대엠코와 합병해 대규모 현금을 확보할 것이란 시나리오가 그것이다.
이를 불식하고자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을 인수할 경우 현대엠코와의 합병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분명한 선을 그었지만 논란이 가라앉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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