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운명의 8회, 삼성 '도망가고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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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0-12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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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플레이오프 4차전도 8회가 돼서야 명암이 갈렸다.

역대 포스트시즌 사상 유례없는 혈전을 벌이는 삼성과 두산이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4차전에서도 대접전을 펼쳤다.

1~3차전 모두 7회까지 물고 물리는 혈투를 치른 뒤 8회 이후 승패가 결정됐듯 이날도 똑같은 양상으로 진행됐고 '배영수 구원 카드'를 뽑아든 삼성이 마지막에 웃었다.

삼성의 7-2 낙승이 예상되던 7회말 두산이 2사 후 집중 6안타와 볼넷 1개를 묶어 7-7 동점을 이루면서 승부는 다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1승2패로 벼랑에 몰린 삼성이나 홈에서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 짓고 싶었던 두산 모두 8회부터 사활을 건 총력전을 시작했다.

여기서 삼성의 저력이 빛났다.

7회 5점을 한꺼번에 내준 뒤 분위기가 급격히 두산 쪽으로 기울었지만 삼성은 공수교대를 하자마자 8회초 선두 이영욱이 볼넷을 골라 나가면서 다시 찬스를 잡았다.

두산 벤치도 바빠졌다. 왼팔 김창훈을 내리고 고창성을 투입했으나 김상수에게 몸 맞는 볼을 내주면서 계산이 엇나갔다.

조동찬의 보내기 번트로 1사 2,3루가 되자 한창 불꽃타를 휘두른 박한이 앞에 두산은 왼팔 레스 왈론드로 맞불을 놨다.

박한이는 왈론드의 볼을 밀어쳐 좌익수 머리 위로 날아가는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고 두산 좌익수 김현수가 겨우 걷어냈다. 3루 주자 이영욱이 홈을 밟아 결승 득점을 올렸다.

보통 이전 이닝에 대량 실점을 하면 쫓아갈 힘이 없는 팀은 따라붙지 못하지만 삼성은 달랐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경기 후반 힘 떨어진 두산 불펜을 공략하는 쪽에 초점을 맞췄던 삼성 타선은 에상대로 8회 두산 불펜의 허점을 파고들어 도망가는 점수를 벌었고 플레이오프 탈락 위기에서 극적으로 탈출했다.

압권은 8회말 수비였다.

두산 중심 타선과 맞붙게 됐고 마무리 안지만의 투구도 위력적이지 못했기에 전세가 뒤집힐 가능성은 충분했다.

안지만은 선두 오재원을 볼넷으로 내보내 동점 위기를 맞았다.

이종욱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 한숨을 돌린 안지만은 이날 3안타를 때려내며 타율 0.529(17타수9안타)으로 펄펄 날던 김동주와 맞닥뜨렸다.

안지만은 볼카운트 2-2에서 바깥쪽 직구로 승부를 걸었고 김동주의 방망이도 번개처럼 돌았다.

중견수 앞쪽으로 뻗어가는 타구였지만 안지만이 글러브와 몸으로 이를 막았다. 안지만의 몸을 맞고 앞으로 튄 공을 포수 현재윤이 잡아 1루에서 김동주를 잡아내 큰 산을 넘겼다.

행운의 수비로 한 고비를 넘자 선동열 삼성 감독이 2사 3루에서 승부수를 던졌다. 5차전 선발로 내정됐던 배영수 카드를 뽑아든 것.

플레이오프에 출장 중인 삼성 투수 11명 중 프란시스코 크루세타와 권혁을 '스트라이크는 못 던지는 투수'로 판단한 선 감독은 배영수를 위기 해결사로 투입했고 배영수는 최준석을 유격수 땅볼로 요리하고 불을 껐다.

삼성 마운드 최후의 보루로 변신한 배영수는 9회 김재호를 유격수 땅볼로 잡고 김현수를 바깥쪽 휘어져 나가는 시속 136㎞짜리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 처리한 뒤 양의지마저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잠실의 영웅으로 거듭났다.

점수는 8-7. 한 점차 짜릿한 승리를 지킨 배영수를 향해 3루쪽 삼성 팬들은 그의 이름 석자를 힘차게 연호하며 환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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